김만구 미래건설연구원장

정부의 섣부른 규제가 전국의 부동산 시장을 달구고 급기야 대통령이 주거문제에 송구하다고 말하고 주거안정에 필요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주거문제가 심각하다는 의미이다. 공공분양에서 주로 경력을 쌓아온 변창흠 장관의 정책이 얼마만큼 부동산시장에 먹혀들지 한편으로는 우려하면서 기대를 해본다.

주택문제는 상가와는 반대로 수요가 급증한 곳에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집값과의 전쟁을 선언하면서 쏟아낸 24차례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이 만들어낸 결과다. 규제 일변도의 대책은 결국 풍선효과·패닉바이·영끌대출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주택난을 해결한다고 하고 투기와의 전쟁만 하다가 집값 상승 및 전세난만 부추기는 역풍을 맞게 된 것이다. 이러한 부동산 시장에 불신은 시장에 대한 반발 심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주택 매매거래액은 360조 8000억원으로 2006년 이후 최고액을 기록했다. 경실련에 의하면 현 정부 서울 아파트값이 5.3억 올라 노무현 정부 때보다 2배 이상 상승했다. 여당의 대표는 부동산 시장이 최저 금리 속에서 사상 최대 유동성 바다 위에 떠있는 형국이라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다주택자의 양도 차익에 중과세한다는 공평 과세의 원칙을 가지고 밀고 나가겠다고 했다. 과연 주택시장은 정책과 규제만 갖고 될까?. 적정한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공간 활용과 규제 지역에 대한 합리적 조정과 선택적 개발로 공급대책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5년 전 주택 인허가 물량이 정점을 찍은 시점에 공급량 감소는 훤히 보였는데도 지난 20년간 주거지역의 용적률을 오히려 낮추고, 역세권 등 도심개발에는 도시관리 차원에서 제한을 가했다. 뉴타운 사업은 취소되고, 재건축은 초기 단계부터 규제가 강화돼 사업이 차질을 빚었다. 누가 봐도 공급 부족은 예견된 일이었다. 결국 도심의 주택 수요를 읽어내는 데 실패한 것이 문제다.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패러다임이 시간과 교통비용을 절약하고 외곽으로 무분별한 확장에 따른 환경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추세로 바뀌고 있는 점을 간과해야 한다.

대전과 세종은 혁신도시 지정과 국회본원 이전 등의 호재로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으로 대전까지 규제지역으로 묶였다. 원도심 역세권 주변으로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으로 대중교통 중심으로 복합과 수직·고밀을 지향하는 압축 개발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1인 가구가 39%나 될 정도로 가구 숫자도 증가하면서 실수요자 77%로 공급을 보는 시각이 예전과는 판이하게 변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등이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인·허가절차를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공급을 위한 확실한 규제완화를 실감케 하는 인센티브를 줘야한다.

여당이 상가 임대료 멈춤 법을 발의했다. 소상공인에게 재난 구휼 차원에서 재정을 지원하는 것은 정부의 존재 이유겠지만, 이를 민간에 대한 규제로 해결하려는 입법은 논란거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상가의 공급 과잉이다. 온라인 구매와 택배로 산업 생태계가 급변했지만, 신규 택지 개발에서 상업용지 공급 비율은 기존 지침을 답습한다. 분양중심으로 공급은 계속되고, 도심의 주상복합 건물에서 상가비율은 적정 수요를 넘어섰다. 상가를 임대하고 임차하는 소상공인들에게 과잉 공급의 책임과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된다.

소상공인에게 영세한 구조를 개선하고 지원할 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공공의 책무다. 임차인이 어려워지면 임대인도 곤란을 겪는다. 시대와 산업의 변화를 고려한 상가 용지와 건물에 대한 공급 기준 변경과 넘쳐나는 빈 상가의 용도 전환을 포함한 활용방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공공의 힘만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수요 변화에 대한 올바른 분석과 정확한 공급 방향의 설정을 통해 민간시장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해주고 보조해야 한다. 새해에는 지역에 맞는 맞춤형 부동산 대책을 기원하며 부동산시장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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