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얼어붙은 대전지역 인력시장
코로나 사태 속 한파까지 절정
인력사무소 일감 10분의1 수준
지역 사무소 여럿 문 닫은 상태
젊은층 배달行… 중년층은 초조

▲ 6일 오전 5시30분경 대전 서구 도마동의 한 인력사무소에 모인 노동자들이 호명을 기다리면서 담배를 피고 있다. 사진=조선교 기자
6일 오전 5시30분경 대전 서구 도마동의 한 인력사무소에 모인 노동자들. 사진=조선교 기자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사무소에 나온 지 두 달쯤 됐죠. 사업체에 다니다가 코로나19 때문에 일이 끊겨서 나오게 됐어요. 여기서도 종종 빈손으로 집에 돌아갈 때가 있습니다.”

6일 오전 6시경 대전 서구 도마동의 한 인력사무소 앞에서 만난 A(56) 씨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전 직장에서 일이 끊긴 뒤 그동안 빚이 많이 늘었다면서 “먹고 살기가 막막하다. 재난지원금 좀 달라고 얘기 좀 해달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사태 속에 한파까지 절정에 달하면서 지역 인력시장도 얼어붙은 모습이다. 이날 대전은 영하 10도 안팎까지 기온이 떨어지면서 한파주의보까지 발효됐지만 오전 5시 20분경 동이 트기 전부터 인력사무소를 찾는 발길이 이어졌다.

그러나 사무소를 운영하는 임모(61) 씨는 예년과 비교 조차 할 수 없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임 씨는 “예전엔 100명 이상이 사무소를 찾았었는데 지금은 일감도 10분의1 수준으로 줄었고 인력도 많이 감소했다”며 “지금이 비수기이긴 하지만 이미 이전부터 대전에 큰 공사나 관급 발주가 없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공사가 줄면서 인력시장에 찾아든 불황과 함께 감염병 사태와 겨울철 비수기가 맞물리면서 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토로였다.

이날 오전 6시 30분까지 이 사무소를 찾은 인원은 20~30명에 그쳤고 인근엔 10여곳의 또 다른 사무소가 위치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임 씨는 “코로나가 터진 뒤엔 젊은층도 배달 아르바이트로 대거 빠져 중년들 밖에 안 나온다”며 “35년을 지켜왔는데 사람도 없고 일도 없다.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무소의 최소 수당은 하루 14만원. 사무소 내부에선 이를 위해 호명을 기다리는 노동자들 사이로 적막감이 흘렀고 때때로 이름이 불리면서 가볍게 목례를 하며 나서는 이들도 보였다.

호명된 노동자들은 대체로 폐기물 처리장의 정리나 공사 현장의 청소, 방수작업, 뒷정리 등이 필요한 곳으로 향했다.

6개월 전부터 사무소를 찾았다는 B(46) 씨는 “자영업을 하다가 그만뒀다”며 “아이가 셋 있는데 열심히 해야 한다. 다행히 아직까지 사무소에 나왔다가 그냥 집에 돌아간 일은 없지만 추위 때문에 일감이 줄어들까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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