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식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신장내분비센터 교수

60대 후반의 환자가 밤 12시가 되면 아랫배에서 주먹만 한 것이 명치로 치받아 올라온다며 진료를 받으러 왔다.

혼이 쏙 빠질 정도로 고통이 심하고 가슴도 답답하고 목에 뭐가 매달려 있는 듯해서 잠도 못자고 밖에 나가 진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증상을 한의학에서는 이를 마치 ‘놀라서 날뛰는 돼지 새끼’가 배를 치받을 때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분돈(奔豚)이라 한다.

고전 한의서인 <금궤요략>에서는 “분돈병은 아랫배에서부터 일어나서 목구멍으로 치미는데 발작하면 죽을 것 같다가도 다시 사라진다. 이 모든 게 놀라고 두려워서 얻게 되는 증상이다(奔豚病, 從少腹起, 上衝咽喉, 發作欲死, 復還止, 皆從驚恐得之)”라고 설명하고 있다.

분돈은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 소화기계 증상과는 달리 마치 공황발작처럼 갑작스럽게 발생해서 응급실을 찾게 된다.

발작하면 죽을 것 같다가도 발작이 끝난 후에는 멀쩡해진다.

이러한 분돈이 발생하기 쉬운 사람은 처음부터 외부 환경이나 여건에 쉽게 영향을 받으며 심리적이나 체력적으로 약하고 쉽게 흥분하는 특징이 있다.

즉 한의학적으로 심담허겁(心膽虛怯)한 상태에 해당된다.

배에서 표현되는 자율신경증상은 과도한 교감신경의 항진으로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무너지게 되면 심장과 복부대동맥 박동의 항진뿐만 아니라 복통과 같은 신체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임상에서 분돈증 환자들의 복부를 진찰해보면 복부의 긴장뿐만 아니라 이동성 덩어리나 배의 특정 부위를 따라 딴딴하게 뭉쳐져 누르면 통증을 호소하는 특징적 소견들이 관찰된다.

치료는 병이 완고하거나 체력이 되면 먼저 체내불균형으로 발생한 기혈순환이 정체를 풀어주고 체내에 축적된 병리적 물질인 담음(痰飮)과 담적을 제거하는 공하법을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경우에는 공하법에 따른 반응들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므로 단기간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만일 체력이 약하거나 증상이 경증일 때에는 변증을 통해 환자의 몸상태를 파악하고 화법(和法)을 기본으로 해서 변증에 따른 한약이나 침, 뜸, 약침 치료를 하게 된다. 하지만 주위환경이나 여건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반복적 발작이 된다면 그런 환경을 벗어나서 입원치료를 받아 지치고 약해진 몸을 회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분돈증을 이기는 방법은 증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왜 생기는 지와 내 몸상태가 어떤지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분돈은 분명히 하나의 병증이므로 가까운 한방의료기관에서 상담하고 치료 받기를 권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