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기획조정관

왜 도시 사람들이 빨리 걸을까? 도시에는 15% 규칙이 있다고 한다. 도시규모가 커질수록 15% 정도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인데 물리적 효율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도 그렇단다. 대도시일수록 정보의 흐름도 빠르고 교통도 빠르며 휴대폰 통화량도 많아 삶의 모든 면에서 더 빠르고 더 치열하다. 바쁜 사람들이 공명효과를 일으켜 다른 사람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게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리버풀시는 더 빨리 걷는 시민을 위한 빠른 보행길을 설치했다고도 한다. 미국의 산타페 연구소에서 각국의 많은 도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인데 저프리 웨스트 교수가 쓴 스케일이란 책에 언급된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도시는 크게 물리적 인프라와 사회적 네트워크로 구성된다. 이중 물리적 인프라는 건물, 도로·철도, 전기, 상하수도, 가스, 통신망 등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에는 경제학에서 언급되는 규모의 경제가 적용된단다. 인구가 배로 늘어날 때 이 같은 물적 인프라는 단지 85%만 늘어도 충족이 되므로 인프라 설비가 보다 효율적이 될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에너지 소비도 적고 따라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나 오염도 그만큼 적어진다는 논리다. 미국, 일본, 독일 도시의 경우, 인구가 2배일 때 주유소 수는 1.85배만 늘어나 15% 적다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네트워크 측면에서도 동일하게 15% 규칙이 적용되는데 평균임금, 전문 직업가 수, 특허출원 건수, 도시 총생산 등이 인구가 2배될 때 2.15배로 15% 더 증가한다고 한다.

도시의 1인당 특허건수를 보면 인구가 2배 증가할 때 2.15배 증가했다. 범죄율 증가, 전염병 전파 등 사회적 병폐에도 이 규칙이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한다. 이러한 물리적 인프라와 사회적 네트워크라는 서로 다른 두 유형의 네트워크가 통합돼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나타낸다. 도시는 본질적으로 공원, 식당, 카페, 스포츠경기장, 박물관, 도서관, 영화관, 공공광장, 오피스빌딩 등 적절한 인프라를 제공해 사회적 연결성을 증진시킨다. '도시의 승리'라는 책이름(애드워드 글래저 지음)에서도 암시되듯이 도시는 사람을 모으고 상호작용을 촉진시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고 기업가 정신을 북돋아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힘이 있다. 도시에서의 다양한 사회문화적 활동이 혁신적인 사고를 강화시켜 결국 도시가 승리한다는 것이다. 이는 도시의 사회적 네트워크가 개인 간 연결성을 최적화함으로써 사회적 자본을 극대화한다는 사회적 다윈주의(Social Darwinism)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리차드 플로리다 교수 등이 세계 도시의 경제력, 재정력, 글로벌 경쟁력, 삶의 질 등 기존 지표들을 종합한 슈퍼스타도시지수(Superstar City Index)를 측정한 결과, 뉴욕, 런던이 가장 높고, 동경, 홍콩, 파리, 싱가포르, 로스앤젤레스, 서울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결국, 대도시는 다양성과 전문성, 창의성, 혁신성을 갖추고 더 치열하게 경쟁해 점점 더 발전한다. 2019년말 우리나라 수도권 인구가 처음으로 50%를 넘었고, GTX 등으로 도시와 도시 간 초연결됨에 따라 발전이 가속될 것이다. 이에 비해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상호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들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경제와 관광분야 시책을 함께 개발해 공동추진하고 행정통합까지 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충북의 증평군, 진천군, 괴산군, 음성군은 역할과 기능을 분담하고 필수 인프라를 공동으로 건립해 운영하기로 공유도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는 2030년까지 50만명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세종시 전체로 봐도 80만명에 불과하다.

수도권은 물론, 세계의 다른 대도시권과도 경쟁할 수 있기 위해서는 대전을 비롯한 인근 도시와 도로, 철도 등 물리적 인프라를 더욱 촘촘히하고 사회경제적 교류가 보다 활발히 이뤄지도록 연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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