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균 대전도시공사 사장

공자(孔子)의 말씀을 인용해서 후세 사람들이 10년 단위로 나이를 나타내는 말을 만들었는데 30세를 나타내는 한자말은 이립(而立)이다. 확고한 가치관을 갖고 똑바로 선다는 뜻이다. 70세를 의미하는 말은 종심(從心)이다. 공자가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從心所欲而不踰矩)"고 한 말에서 유래했는데 70년간 겪은 온갖 경험과 축적한 지혜로 인해 결코 이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똑바로 선다는 이립(而立)과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는 종심(從心)은 모두 올 한해 우리 도시 대전에 큰 의미가 있는 말이었다. 1949년을 기점으로 대전시 출범 70년이 됐고 1989년부터 따지면 광역시로 승격한지 30년을 맞이한 해였다. 도시의 역사가 몇백년을 넘는 서울이나 인근의 공주, 청주 등에 비하면 초라한 연륜이지만 현대사의 한가운데서 대전이 남긴 자취는 결코 가볍지 않다. 3남의 관문으로 교통의 중핵이었고 행정, 과학, 국방 등 여러 분야에서 나라의 발전을 이끌어 왔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신흥소도시였던 대전은 6·25 동란이후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뒤섞이며 발전의 동력을 찾기 시작했고 60~80년대 경제성장기에 폭발적인 발전을 이루며 대도시로 발돋움했다. 1989년 마침내 독립적인 행정이 가능한 광역시(직할시)로 승격해 충남과 분리됐다. 대전엑스포를 거치며 도시 인프라가 획기적으로 확대됐고 송촌·둔산·노은·도안 등 대전의 변두리였던 지역이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외형적 성장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대전의 시사(市史)에 영광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얼마전 대전을 대표하는 기업을 묻는 설문에서 대전의 유명 제과점과 주류회사가 높은 순위를 차지한 걸 본적이 있다. 물론 오랜 전통이 있고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고용창출이나 지역경제 기여도 측면에서 본다면 국제적인 지명도를 갖춘 대기업에 비교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역을 상징하는 대기업과 산업이 변변치 않은 허약한 경제체질은 대단히 아쉬운 대목이다.

새로 태동한 젊은 도시로서 역동성은 있지만 문화적으로 뿌리가 약하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어쩌면 행정·과학도시로 성장해 나가는 대전의 안타까운 이면이 아닌가 싶다.

대전발전의 커다란 전기가 될 것으로 생각했던 세종시로 오히려 인구유출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도 경제·주거·문화·교통 등 도시의 경쟁력 측면에서 대전시가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음을 역설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출범 70년, 광역시 승격 30년을 맞아 새로운 백년을 설계하고 있는 대전의 미래는 밝다는 것이 나와 내 주변의 생각이다. 올해만 해도 대전은 오랜 숙원이었던 혁신도시 지정의 9부 능선에 올라왔고 바이오 규제자유 특구지정, 세계지방정부연합(UCLG)총회유치 등 향후 대전시 발전의 기폭제가 될 성과가 있었다. 대전시가 추진하는 역대최대규모 공공주택사업인 드림타운 건설의 기초작업이 순조롭게 진행중이고 야구장, 프로축구단 등 시민의 자긍심을 높일 만한 크고 작은 변화도 이끌어 냈다.

계획은 시와 공무원들이 세우지만 그 계획을 실천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것은 시민의 몫이다. 대전은 이립(而立)과 종심(從心)의 단계에 올라있는 도시인만큼 새로운 백년을 시작하는 시민의 성숙한 자세를 기대해 보며 지인이 보내 온 대전의 새로운 백년을 기약하는 한시 한편으로 2020년의 희망을 말해본다. 鷄龍卓立錦江長(계룡산 우뚝 솟고 금강물 굽이쳐) /榮落與民七十霜(영광도 고난도 시민과 함께 한 칠십년) / 大計前途雖遠險(나아갈 길 비록 멀고 험난하지만) / 淸晨破霧百年望(새벽안개 헤치고 백년을 바라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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