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업체의 지역 기여도가 낮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역에서 돈을 벌어 타지로 자금을 유출시키는 대형유통업체의 운영체제를 비롯해 지역상권 잠식 논란이 그치지 않는 것은 바로 그런 연유에서 확대 재생산되는 측면이 강하다. 이들 업체와 지역 간 상생 프로그램이 다양한 형태로 시행되고 있지만 실효성 확보에는 한계가 여전하다. 각 지역마다 설정해 놓은 가이드라인 자체가 두루뭉술한 데다 이의 이행여부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기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대전시의 경우 매년 지역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21개 점포를 대상으로 '지역기여도 제고사업 종합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이 지역 기여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의 공정성을 담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역상품 구매, 지역업체 활용, 지역인력 고용, 공익사업 참여, 지역업체 입점, 지역상품 상설매장 등 6개의 가이드라인을 측정 검증하기 어려운 구조다. 업체들이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조사·평가하고 있을 뿐이다. 측정지표인 가이드라인이 포괄적인 탓도 있다. 여기에다 업체마다 적용방식 및 기준도 들쭉날쭉이라고 한다. 업체 간의 비교 자료로 활용하기에도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상품 구매 비율 항목의 경우 실제 판매를 위해 지역상품을 구입한 실적이 부풀려 지고 있다. 법인카드 사용, 교통비, 유류비, 회식비 등의 경비까지 실적에 끼워 넣는 수법이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익사업 참여 실적도 구색 갖추기 식이다. 지역이나 시민에게 돌아갔다고 여기기엔 석연치 않다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종합평가 방식이라는 명분과는 달리 실제로는 검증 없이 단순평가에 그치고 있지만 뾰쪽한 수가 없다. 대형 유통업체와 전통시장, 중소 유통업체 등으로 구성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에서 도출해낸 상생 협약 이행을 권고하는 수밖에 없다.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른 약속 이행의 문제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강제적으로 제재할 수단이 없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윤리 문제다. 지역 친화적인 경영을 지향할 것인가 여부는 기업의 의지에 달려 있다. 결국 지역 소비자에게 최종 선택권이 주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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