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용 대전문학관 관장

여행은 언제 어디를 가든 가슴을 설레게 한다. 더구나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문학관을 찾아 떠나는 문학기행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며칠 전, 문학 단체에서 주관하는 문학기행 기회가 있어서 공주의 풀꽃문학관, 부여의 신동엽문학관, 지난 6월에 개관한 논산 김홍신문학관을 다녀왔다. 두 차례에 걸쳐 느릿느릿 문학의 숲을 거닐면서 문학관마다 독특하고 개성적인 모습에 빠져들었고 내부 전시공간에서 풍기는 작가의 정신과 인품의 향기가 들꽃처럼 다채롭게 다가왔다.

문학관 문학의 숲을 거닐면서 머릿속은 온통 우리 대전문학관의 모습으로 가득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연세가 많으신 어느 작가 한 분이 마이크를 들고 대전문학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결론은 넓은 공간으로 이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문학관이 위치상 접근하기 어렵고 주차공간이 좁고 강의실이 비좁은데다가 그 흔한 시청각실도 없고 전시공간과 수장고도 부족하다는 불평을 누차 들어온 터라 마음이 무거웠다.

나도 사실 세 군데 문학관의 장점을 모두 가져올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학인의 한 사람으로 또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가 대전문학관이라는 종합문학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전국에 70여 개의 문학관이 있지만 대부분 사립이나 개인문학관이고 시립이나 도립 종합문학관은 인천에 있는 한국근대문학관, 대구문학관, 경남문학관, 대전문학관 등 몇 개 되지 않는다. 2년 전 예향으로 이름난 K시에서 시립종합문학관을 만든다고 문화재단 관계자들과 문인단체에서 많은 사람들이 벤치마킹을 하겠다며 우리 문학관에 몇 차례 다녀갔지만 아직도 문학관을 건립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립문학관이나 개인문학관은 대상 문인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독지가의 의지나 지자체의 합의가 도출되면 건립하는데 큰 장애가 없지만 종합문학관을 건립하기란 이처럼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대전에 종합문학관이 있다는 자체만 가지고도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문학관의 가치는 문학관의 기능으로 볼 때 대지의 넓이나 건물의 화려함과 웅장함, 또는 부대시설의 좋고 나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기능을 얼마나 잘 살려서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시 말하면 내실 있는 운영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대전문학관은 그 동안 대전지역 문학 유산을 수집하고 보존하고 전시하고 연구하고 교육하는 데 모든 역량을 결집시켜 왔다. 2층 상설전시실에서는 대전을 대표하는 문인 다섯 분을 소개하고 있고 현재 기획전시실에서는 대전방문의 해를 맞아서 ‘대전을 걷다, 대전을 읽다’라는 주제로 대전과 관련된 문학작품을 엄선해 전시 중에 있다. 기획전을 통해 이름만 전해 오던 ‘동백’ 창간호를 비롯해 귀중한 문학자료를 다수 발굴한 것은 대전의 문학과 문인을 연구하는데 크게 기여하게 됐다.

대전문학관 운영 팀은 늘 새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이끌어내고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아침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원탁토의를 한다. 문학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시확산 운동,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전지역 문학기행, CMB와 함께하는 대전문인 아카이빙, 문학콘서트, 문학특강, 기증도서 정리, 대전문학연구서 발간, 시설 대여, 문학행사 지원 등 주제도 다양하다.

대전 문인들의 한결같은 바램인 시청각실이나 강당 및 전시공간, 수장고, 주차공간 등의 확장은 절실하다. 용전공원을 문학공원화 하자는 의견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동춘당까지 이어지는 문학 산책로를 만들고 중간에 정자도 몇 개 지어놓으면 대전의 명소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농부가 연장 탓만 하고 일을 게을리 하면 어찌 되겠는가. 내실 있는 운영이 선행돼야 한다.

대전문학관은 대전에서 활동하는 문인들뿐만 아니라 대전시민 모두가 주인이다. 피곤하고 지친 일상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 문학의 향기로 가득한 대전문학관에 들러 영혼을 위로 받고 새로운 에너지로 충전해 가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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