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전 정동 쪽방촌
거센 비·바람에 거리는 한산 태풍 소식에…걱정만 한가득
지난 비 피해 복구도 하세월 "노인의 날? 그저 무탈하길…"

노인의 날이자 태풍 미탁이 북상중인 2일 대전 동구 정동 쪽방촌에서 한 어르신이 강한 비람람을 대비해  살림살이를 덮고 있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노인의 날이자 태풍 미탁이 북상중인 2일 대전 동구 정동 쪽방촌에서 한 어르신이 강한 비람람을 대비해 살림살이를 덮고 있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충청투데이 선정화 기자] “비만 오면 천장에서 물이 샙니다. 혼자 사는데 누전으로 쪽방촌에 불이라도 날까봐 늘 조마조마해요.”

2일 찾은 대전역 인근 정동 ‘쪽방촌’ 거리는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거센 비가 내린 탓인지 한산했다.

이날은 ‘23회 노인의 날’이기도 했지만 화려한 행사 대신 비를 피해 집안에 혼자 계시는 어르신이 대다수였다.

15년째 쪽방촌에서 생활하고 있는 주민 A(71·여) 씨는 방안의 눅눅함을 없애고자 보일러 온도를 한껏 높였지만, 이미 방안에 깊게 배인 곰팡이 냄새를 지울 수는 없었다.

천장은 누렇게 변색, 누수의 흔적은 심각했다.

집안 곳곳에는 빗물을 받기 위한 대야가 준비돼 있었다.

15년전, 자식들의 사업 실패로 집을 잃었다는 A씨는 “비만 오면 계곡물이 흐르는 것 처럼 집 옥상부터 2층, 1층까지 계단을 타고 빗물이 줄줄 샌다”며 “옥상 물을 계속 퍼내야 한다. 혼자 살다보니 태풍보다 비 소식이 더 무섭다”고 힘없이 말했다.

A씨 집 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오전부터 시작된 거센 비에 쪽방촌 골목 곳곳은 대야와 양동이를 동원해 떨어지는 빗물을 받아내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지난 호우로 피해를 입었지만 아직 복구 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태풍을 맞이하는 집도 만날 수 있었다.

20년째 쪽방촌 생활을 하고 있다는 B(75) 씨의 집은 한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쪽방과 그 뒤켠에 사람 한명이 간신히 설 수 있는 비좁은 창고가 하나 있었다.

B씨는 “지난번에 비가 많이 내린탓에 옆집 흙벽이 다 무너지면서 우리집 창고를 덮쳤다”며 “구청에서 수해 복구해준다며 몇명이 와 사진까지 찍어가더니 그 뒤로 감감무소식이다”고 하소연했다.

B씨는 구청은 물론, 옆집 주인과도 연락이 닿질 않아 창고 복구는 아예 손도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혼자 살고 있는데 이번에 내린 비로 옆집 흙벽이 완전히 무너져 집을 덮칠까봐 겁난다”면서 많은 양의 비를 동반한 태풍 소식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성인 한명 눕기도 비좁은 여인숙 방한칸에 살림을 꾸리고 있는 C(82) 씨는 “비만 오면 천장에 누수가 심각해 누전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화재로 이어질까봐 늘 조마조마하다. 그 심정은 진짜 말도 못한다”며 손사레를 쳤다. 

그는 “우리 한테는 태풍과 비소식 걱정이 크지 노인의 날 같은거 모른다”며 “이번 태풍으로 쪽방촌 주민 모두 별일 없길 바랄 뿐”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선정화 기자 sj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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