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고소득 · 영주권 획득도 쉬워 선호 자격증 취득해도 영어안돼 극히 일부만 성공

1960년대 서독으로 대거 파견되며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한 이땅의 간호사들이 다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번엔 미국이다.

'30만 명의 간호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미국이 간호사 수입정책을 펴면서 뛰어난 한국 간호사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미국행을 겨냥하고 있다.

◆"미국서 간호사될래" 붐= 대전의 한 대학병원 간호사 A(26)씨는 지난 3월 한 지역대학 간호대에 개설된 미국간호사 자격시험 강좌에 등록했다. A씨는 "우리나라는 간호사를 단순한 의사 보조로 생각하는 등 인식이 부족한 편이라 또래 중엔 미국진출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며 "기회가 되면 미국으로 진출한 후 현지에서 공부를 더 해 학위도 따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40대 중반의 간호사 B씨는 다른 이유를 댔다. 그는 "미국 대학으로 유학갈 계획인 아들 뒷바라지를 하고 싶다"며 "현지 간호사로 취업하면 영주권 획득도 쉽고, 경제적으로도 보다 안정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미국 간호사 자격증 응시자 수는 2003년 1341명, 2004년 1444명에 이어 지난해 상반기에만 984명에 달해 증가 추세에 있다. 합격률도 2003년 57%, 2004년 67%로 높아지고 있다.

◆'美간호사 자격증 선호' 왜?= 간호사들의 해외 진출은 과거 8000여 명 규모의 서독 진출과는 확연히 다른 배경을 갖고 있다. 서독 진출 당시엔 한국 내 가족부양을 위한 가난 탈출이 큰 이유였지만, 지금은 보다 나은 근무여건이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의 간호사 초봉이 대략 3만 5000달러(3400만 원) 이상인 데다 일반 간호사 연봉은 5만~9만 달러 수준의 고액이다. 근무여건도 3교대로 이뤄지는 국내와는 질이 다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선 3D 업종으로 인식, 지원자 수가 줄고 있다.또 해외에 진출하지 않더라도 국내의 외국의료기관 개방이 이뤄질 경우 해외자격증과 근무경험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미국간호사 자격증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자녀의 해외유학 동반이나 본인의 미국 유학 및 학업연장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취업엔 '영어구사' 장벽= 대규모 인력의 해외 송출인 만큼 정부는 이들의 생활과 안전 관리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미국간호사 자격증을 가진 국내 간호사는 약 6000명 정도로 추산되지만 미국병원 취업에 성공한 간호사는 300여 명에 불과하다. 영어실력이 부족해 극히 일부만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정남연 대전시간호사협회장은 "한국의 간호사들은 억척스럽고 실력이 있어 호평을 받고 있지만, 미국 내 취업은 영어실력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현실인 만큼 남다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간호사 해외취업 시 부당 대우를 받지 않도록 3·4년제로 이원화된 간호학제를 4년제로 일원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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