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는 세 아들을 두었다. 하루는 노아가 포도주를 마시고 취하여 벌거벗은 채로 천막 안에 누워 있었다.

둘째 아들 함이 천막에 들어 왔다가 벌거벗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밖으로 나와 형과 동생에게 그 이야기를 하였다. 흉을 본 것이다. 그러나 형 셈과 동생 아벳은 겉옷으로 아버지의 벗은 몸을 덮어 드렸다.

노아는 술이 깨어 이 사실을 알고 부끄러움을 덮어준 아들들은 축복해 주고, 함에게는 저주를 내렸다.

'노아의 홍수'로 유명한 성서 속의 노아의 이야기다.

몇 년전 대학 수능부정사건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었다. 휴대전화 문자전송을 통해 대학입시에 부정행위를 한 것도 그렇지만 '중계도우미'(정답을 보내준 대학생), '선수'(정답을 송수신한 학생) 등 신조어도 많이 등장했고 자고 나면 관련자가 계속 수십명, 수백명씩 늘어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범행수법도 첨단화 되어갔고 장래 이 나라를 이끌 청소년들이 떼지어 걸려 들었다는 것에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정작 사건의 중심이 되었던 광주지역의 언론은 조용했다. 어떤 신문은 '왜 여기만 갖고 그러느냐. 전국적인 현상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비록 중앙의 언론은 뜨거워도 우리는 우리 지역의 부끄러움을 함께 맞장구 칠 수야 없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고장의 명예를 추락시킨 학생들에게 아픈 매를 대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자기 고장, 자기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 그리고 본능적 보호의식이 아닐까?

대전지방법원에는 이 무더위 속에서도 목요일 마다 이완구충남도지사의 선거법위반 공판이 열리고 있다.

관내 순회가 사전선거운동이었는가, 출마를 결심하기전의 여론수렴 차원이였는가, 식당에서 한나라당 당원등에 식대를 지불한 운전기사는 이지사의 사전지시였는가, 자의였는가… 등등. 거의 당내·외의 경쟁자들에 의해, 고발됐고 이지사는 '함정'의혹을 제기했다.

8월 29일과 31일에도 재판부의 일괄 기일지정에 따라 공판이 열린다.

취임하자마자 동분서주하고 있는 지사 입장에서는 '지쳤다'고 말할 만큼 여러 가지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도지사만 그런게 아니다.

김신호 대전시 교육감은 취임식 날 경찰의 소환을 통보 받았다. 물론 출석을 뒤로 미루었지만 '세상에 취임식 날, 이럴 수가 있느냐?'는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결선투표까지 골인을 했다면 '선거'가 지니는 의미와 가치는 그에 합당한 인정을 받아야 하는 데 취임식도 봐줄수 없느냐는 것이었다.

김교육감 역시 그 증거와 자료들이 오래전부터 경쟁자들로 의심되는 편에서 감시하며 채집한 것이라는 것이니 교육의 수장을 뽑는 선거 문화가 '바람 피우는 남편 현장 덮치기' 식의 파파라치 수준이 되어야 하는가.

특히 최근만 해도 충남도 강복한교육감이 불법선거운동으로 구속되었다 자격상실을 당했고 대전시 오광록교육감 역시 취임 1년여 만에 도중하차한 불명예를 안고 있다.

2명의 교육감이 날라가고 또 세 번째 교육감도 경찰에 조사를 받으며 도지사가 목요일마다 법정에 서야하고… 기업하는 사람은 돈 벌면 대전을 떠야한다하고…. 이 모든 것이 광주에서 벌어진 수능부정행위 사태 보다 더 부끄러운 일이다. 왜 이 지역이 이렇게 되었을까?

이것을 언론은 융단폭격을 해대고, 불구경하듯 재미있어하는 사람은 또 누구이며 박수치는 사람은 누구인가? 사법기관이야 법에 충실할 수 밖에 없지만 지역민의 입장에서는 노아의 벗은 몸을 손가락질 하기 보다 그 부끄러움을 가려준 셈과 아벳을 생각해 본다 <본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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