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골에 이사 왔어요 양혜원 저, 최정인 그림/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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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빠진 도시 아이가 시골로 이사왔다. PC방은 눈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고, TV도 보기 힘들다. 심지어 화장실도 재래식이다.

'꼴찌로 태어난 토마토'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한 양혜원 작가가 도시 아이의 시골 생활 적응기를 담은 '여우골에 이사왔어요'를 최근 펴냈다. 귀농 가족이 산골 마을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렸다. 실제로 충남 온양에서 태어나 서울에 살다가 다시 귀농해 살고 있는 작가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겼다.

계절별로 다양한 소재를 엮어 평범하지만 활기넘치는 산골의 일상이 작품 전반에 녹아있다. 특히 자연과 교감하며 함께 살아가는 동안 점차 변화하는 아이의 심리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 채운이와 2학년 남동생 찬이가 주인공으로, 남매는 부모님을 따라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온다. 도시 생활에 젖은 둘에게 시골은 구석기 시대나 다름없어 보인다. 당장 화장실 가는 것부터 심각한 문제다.

겨울에 화장실에서 일을 보려면 세찬 바람을 맞아야 한다. 아빠에게 화장실을 집안에 들여 달라고 하지만 아빠는 "시원한 바깥 바람도 쐬고 좋지 뭘 그러냐"하고 대답한다.

하지만 시골 생활에 적응해 가면서 찬이는 화장실 가는 게 차츰 재밌어진다. 시골의 매서운 겨울 추위에 얼어붙은 똥탑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좁은 마당에 묶여 지내던 찬이네 개 복실이와 바람이도 시골에 와서 야성을 회복한다. 두 마리가 힘을 모아 노루 한 마리를 잡아온 것. 아빠는 복실이와 바람이를 대견하게 바라보지만 채운이는 노루가 불쌍해 눈물을 글썽인다.

자칫 진부하고 감상적으로 흐르기 쉬운 귀농 이야기를 저학년 어린이의 시선으로 가식없이 긍정적으로 그린 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단순한 듯 쉬운 듯 보이는 문장과 이야기 속에는 생명에 대한 존중과 바른 삶에 대한 작가의 의지가 스며 있다. 이와함께 일러스트레이터 최정인씨가 그린 아이들의 순진한 표정이 미소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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