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의사 국내진료 허용은 의료개방 신호탄"

정부가 내년 3월부터 외국에서 취득한 의사면허로 국내 진료 허용을 추진하자 지역 의료계가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맞서고 있다.

복지부는 전국 어디서나 외국인 입국자들이 의료 서비스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외국인 의사의 국내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달 고시했다.

변화된 의료환경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토로하던 지역 의료계에선 '의료 개방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강한 우려와 함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외국 의사면허 소지자의 국내 진료 허용'에 대한 지역 의료계의 입장과 전망을 짚어본다.

◆"의료시장 개방 신호탄" 확대 우려= 복지부가 지난 달 3일 의료법 개정안을 고시하자 충청권 의료계는 이를 정부가 의료시장 전면 개방을 목적으로 던진 신호탄으로 보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개정법에선 외국 의사의 진료 대상을 '동일한 언어를 쓰는 국내 체류 외국인'으로 제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내국인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는 개정안이 ▲외국인 면허 소지자의 자격 범위 ▲면허인정 허가 절차 ▲고용기준 ▲근무형태 등 구체적인 기준을 명시하지 않은 점을 들었다.

이에 따라 대전, 충남·북 의사회를 포함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지난 달 말 정부의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건의서를 복지부에 전달하는 등 전면전 양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의계, 중국한의사 진출 긴장= 한의계도 큰 틀에서의 반대 이유는 의료계와 다르지 않다.

최창우 대전시한의사회장은 "이번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중국 한의사들이 대거 국내로 진출, 국내 한의계를 위협할 수 있다"며 "정부가 외국인들의 의료혜택을 보장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대전시한의사회에 따르면 현재 대전 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한의사회가 운영 중인 '외국인 무료 진료센터'(중구 은행동 소재)의 경우 통역을 위한 자원봉사자가 있어 의사가 외국어를 할 줄 몰라도 환자와 소통이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환자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한의계는 외국인 환자가 한의원에 내원하는 비중이 높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정부의 취지에 따라 외국인 의사를 고용하는 것보다는 다른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또 각 나라마다 한의사 자격 기준이 다른 점도 당면 과제다. 미국의 경우 한의대를 나오면 침구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데, 이를 국내 한의사로 인정할 수 있느냐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병원호응·성과 '갸우뚱'= 이번 개정안은 외국 의사가 개원이 아닌 국내 의료기관에 취업한다는 것을 전제하거나 조건으로 달고 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선진국 출신의 의사들은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병원에는 이미 국제진료소가 설치돼 상류 계층의 외국인이 이용하고 있고, 국내 병원들의 급여가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다는 점도 이런 예견에 무게를 더해 준다.

결국 이번 법 개정은 동남아시아 등 우리보다는 경제적 수준이 낮은 국가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나, 그 나라 출신 의사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제도가 빛을 본다면 가장 분주해질 지역도 공단 등이 몰려 있어 외국인 노동자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 될 전망이다.

관건은 병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느냐에 달렸다. 개정법안에 따르면 병원은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외국 의사 고용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아직까지 병원들은 고심 중일 뿐 적극적이지는 않은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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