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봉

아산시 배방면 지역 양민학살 사건은 국가기록원의 발표 이전에 이 지역 주민이라면 모두 알고 있었던 것으로 단지 어두운 과거를 들춰내기 싫어서 말을 하지 않은 것뿐이다.

기자는 당시의 사건 진상을 몇몇 주민에게 물었지만 모두 한결같이 "이제와 그것을 들춰내 뭐하느냐",? "정부에서 당시 희생자들에게 보상이라도 해준다고 하느냐"며 말하기를 꺼려했다.

좋은 일이든 싫은 일이든 모두 우리 삶의 흔적이며 역사의 유산으로 시간이 더 흘러 그 흔적과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책임이 아닌지 묻고 싶다.

또 한편에서는 거창양민학살사건, 제주 4·3사건, 함평양민학살사건 등 최근에 밝혀진 일련의 사건들이 마치 한국전쟁 때 인민군에 의한 잔혹행위는 없었고 한국군과 경찰만 만행을 저질렀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어 이 또한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토착 공산세력이나 인민군에 의해 살해된 무고한 피해자가 12만 명이 넘고 피랍자 역시 8만여 명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확히 밝혀진 기록은 없지만 아산지역 또한 인민군과 좌익세력에 의해 경찰과 공무원 등이 무수히 희생당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로 이의 정확한 진상규명 역시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어두운 과거는 무조건 묻어두는 것이 반드시 현명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데올로기의 갈등 속에 우리 민족이 얼마나 큰 희생을 치렀는지, 전쟁의 비극이 얼마나 처참한지를 정확한 자료와 사실로 남겨 후손들에게 귀중한 교훈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데올로기의 갈등 속에 무고한 사람이 희생됐다면, 진실규명을 통해 억울한 영혼을 달래주는 것이 살아남은 자의 몫이라면, 아무런 이유없이 수십 년의 세월 속에 동굴 속에서 헤매고 있을 영혼의 한을 풀어주어야 할 것이다.

아산 배방 양민학살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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