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복 배재대 홍보과장

대학의 홍보전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90년대 초만 해도 대학에서는 홍보를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대학이라는 간판만 내걸면 지원자가 몰렸기 때문에 특별히 홍보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 시절의 홍보는 언론사에서 요구하는 자료를 송부하기에 급급했다. 그리고 대학 내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일들을 은폐하기에 바빴다.

요즘 들어서 홍보의 양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홍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대학은 존립자체가 위협을 받기에 이르렀다. 예전 같으면 입시 때만 반짝하던 홍보가 요즘은 1년 내내 끊일 날이 없이 진행된다. 그야말로 치열한 홍보의 전쟁 체제로 바뀌었다.

그 중에서도 홍보전이 가장 치열한 곳은 대전·충청 지역이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대학홍보협의회가 결성된 곳도 대전·충청지역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울을 홍보의 중심지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서울 소재 대학들은 아직도 지원자가 대거 몰리다보니 살아남기 홍보가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달 제주도에서 한국대학홍보협의회 회장을 선출하는 정기총회가 있었다. 지난 8년 동안 회장은 서울권 소재 대학에서 맡아왔다. 그동안 투표도 없이 서울권 지역 대학의 홍보담당자를 회장으로 선출해왔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추대가 가장 민주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냉철하게 보면 서울이 아니면 안 된다는 비민주적인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제주도에서 대전·충청지역 후보와 서울 지역 후보가 경선을 치르게 되었다. 대학의 규모와 수로 볼 때 대전·충청 지역에서 회장에 당선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다. 때문에 비록 조그마한 선거였지만 우리 지역 홍보맨들의 눈동자에서는 비장함이 느껴졌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지지를 호소하며 밤을 새웠다. 결국 그들은 당당하게 우리 지역의 후보를 한국대학홍보협의회 회장으로 당선시켰다.

나는 새삼 대전·충청 지역 홍보맨들의 저력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

그러나 엄밀히 분석해 본다면 그 저력의 이면에는 지역의 언론인들이 있었다. 현재 전국에서 대학 기사를 가장 비중 있게 다루어 주는 곳은 대전·충청지역의 언론사이다.

때문에 홍보담당자들은 자신의 대학을 조금이라도 더 홍보하기 위해 홍보 자료를 발굴하고 알리기에 힘썼다. 총장과 보직 교수들이 직접 홍보 일선에 나서기도 하고, 심지어는 학교 구성원 모두가 홍보맨이 되어 대학을 알리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이 15년 넘게 진행 되면서 우리 지역 대학의 홍보력은 날로 성장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전국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기에 이르렀다.

그 중심에는 우리 지역 언론인들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다.

이제 앞으로의 홍보전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그리고 막대한 홍보비가 소요될 것이다. 홍보 예산을 얼마나 지출하느냐에 따라 그 홍보 효과 또한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언론인들과의 유대관계를 지속적으로 형성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언론인들에게 좋은 자료를 발굴하여 제공하고, 인간적인 유대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홍보비가 들지 않는 진정한 홍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대전·충청지역은 전국대학 홍보의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 홍보맨들은 언론인들과의 유대관계 속에 홍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그 길이 바로 대학 홍보의 목적을 달성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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