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헌석 대전문인협회 회장

백두산을 함께 오르며 남과 북의 문인들은 하나 된 겨레를 실감했을 터였다. 백두산 천지 맑은 물에 가슴을 씻으며, 떡갈나무와 가문비나무 숲을 거닐며, 잃었던 세월을 우리말로 되살렸을 터였다. 북쪽의 결정에 의해 이루어진 만남이었지만, 남과 북의 문인들이 서로 만나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하게 되어 다행이다.

남쪽 문인 98명과 북쪽 문인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6·15 민족문학인협회'를 구성하여 조금쯤 진일보한 모습을 갖춘 것도 사실이다. 백낙청 문학평론가는 "비행기를 타고 1시간 10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를 60년이 걸려서야 왔다"는 인사말을 했다. 이러한 모임이 분단의 경계를 지우고, 겨레말을 사랑하는 문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민족의 아픔을 씻어내고, 문학적 상상력으로 치유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소중한 일이 있으랴.

그러나 남쪽 문인들은 북쪽의 문인들 집을 방문하여 정을 나누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고 한다. 북쪽의 문인들 역시 남쪽 문인들의 초청을 받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마음 통하는 문우를 집으로 초청하여, 막걸리 한 잔을 나누며 문학과 인생과 겨레를 논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얼마나 좋겠는가?


설악산 기슭에 자리한 백담사 '만해 마을'에는 광복 60주년을 맞아 '평화의 시벽(詩壁)'을 세운다. 전국의 문인 1000여 명이 모여 문학큰잔치, '2005 만해축전 세계평화시인대회'를 오는 11일부터 5일간 개최한다. 오는 12일 국내외 60여 명의 시인들이 자필로 쓴 작품 원본을 벽에 부착하여 절정을 이루리라 한다.

광복 60주년을 맞이하고 만해의 평화사상을 기리기 위해 개최하는 문학 축전에는 세계적 명망을 얻고 있는 유명 시인들도 참석한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태생으로 198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잉카(Soyinka)도 참석하여 평화시를 발표하며 특별강연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의 계관시인 로버트 핀스키(Pinsky)와 로버트 하스(Hass), 데이비드 매켄(McCann) 등도 참석하여 축제를 빛내게 된다.

시인대회에는 국내외 시인 1000여 명이 참석하는 거대한 심포지움도 열린다. 전국에 산재한 문학단체가 모여 겨레와 문학을 위해 뜨거운 가슴을 나누기도 하고, 여러 단체가 연합하여 우리의 통일 지향을 확인하기도 한다. 강연을 하고, 시낭송을 하고, 노래를 부르며 광복의 기쁨을 되새긴다고 하니, 이 얼마나 가슴 뿌듯한 일인가.


심포지움에서는 '60주년에 다시 생각하는 한국문학의 정체성' '세계 한민족 문학' '종교와 문학' '광복 60주년 한국문학의 좌표' 등이 발표된다. 그리고 오는 13일 2시부터 6시까지는 참여 단체별로 문학행사를 갖도록 시간을 할애해 놓았다. 지역 문인협회, 동인단체들이 자체 계획된 프로그램에 따라 문학 행사를 진행한다.

대전문인협회에서도 오는 12일부터 3일간 50여명이 참여하여 문학의 진실을 탐구한다. 이 행사에 참여해야만 민족의 정체성을 찾는 것은 아닐 터이고, 광복 60주년을 자축하는 것은 아닐 터이지만,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고 외쳤던 광복의 기쁨을 서로 나누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앞으로 겨레 문학의 발전을 기약하는 좋은 체험이 되리라.

광복 60주년 맞이 문학축제는 문인들만 참석하여 개최하는 행사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참가 신청이 가능하며, '시인학교 입교' '님의 침묵 서예대전' '전국고교생 백일장' '대동 축구대회' '청소년 재즈댄싱 경연' '대학가요제 수상자 공연' 등이 이어져 광복의 감격을 다시금 되살릴 것이다. 문인과 뜻을 같이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민족 미래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나아가 겨레사랑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를 소망한다.

?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