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곡 계룡산 갑사 주지

새벽 3시 절에서는 어김없이 도량석 목탁소리가 울려퍼진다.

인도 산스크리트말로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로 시작되는 천수경 구절이 은은하게 울려 퍼지면 절집의 대중들은 하나씩 일어나 새벽예불을 준비한다.

도량석은 또 하루의 새날을 맞아 도량을 깨끗하게 한다는 의미 외에, 잠들어 있는 천지만물을 깨우며, 일체중생들의 맺힌 것을 풀고 미혹에서 깨어나게 한다는 뜻도 있다.

이 때 목탁은 약한 음에서 서서히 높은 음으로 올렸다가 내리기를 반복한다.

이것은 일체 중생이 갑자기 놀라지 않고 천천히 깨어나게 하기 위한 배려이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는 입으로 지은 죄를 참회하는 진언(眞言)으로해석하면 "(입을)깨끗이하고 깨끗이하여 크게 깨끗이 하면 (몸이) 좋아지니 모든 것이 원만 성취케 되리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날이 밝아 눈을 뜨고 사람을 만나면 말로써 의사표시를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말로써 죄를 짓기가 쉽다.

오죽하면 부처님은 중생들의 움직일 때마다 죄를 짓는 것이 안타까워 말부터 조심하라고 했겠는가.

절집에 '말이 보살'이라는 있다.

말을 곱게 예쁘게 듣기 좋게 하는 사람은 주변 사람을 도우며 사는 삶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남을 해칠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자신마저 외롭게 사는 업보를 만나게 된다.

요즘 나라 안이 도청 사건으로 난리다. 모 방송의 보도로 시작된 안기부의 불법도청 테이프는 이제 수백점이 발견되면서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 사회를 붕괴시킬지 모를 핵폭탄이다"라는 증언이 나올 정도로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우는 도청테이프를 공개할 경우 대한민국의 국기를 흔들 지경이라니 산에 사는 산승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무척 걱정된다.?

게다가 모 대학의 교수가 6.25사변은 통일전쟁이었다며 미국이 개입하여 마치 통일을 못 이룬 것처럼 비난하는 말을 하여 파문이 일고 있다.?

무책임한 말은 모두를 파멸시키는 판도라의 상자나 다름없다.

그래서 어느 스님은 중생들이 하도 요상하게 말을 하며 돌아다니는 것을 훈계하기 위하여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를 '(입을) 수리하고 수리하여 크게 수리하면 술술 일이 잘 풀리고 좋아진다.'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우리 속담에 말에 관한 것이 많다.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입찬 소리는 무덤 앞에 가서 해라''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등의 가르침은 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정치가 등 사회지도층의 막말이 난무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는 말부터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거짓말과 욕설을 밥 먹듯이 하는 비뚤어진 입을 수리하는 데 어른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아이들의 거친 말을 한다고 혼내기에 앞서 어른들부터 고운 말 바른 말을 쓰도록 하자.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는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먼저하세요' 등의 겸양어가 입에 배어 일상생활에서 술술 나온다고 한다.

말은 씨앗이 된다. 각자의 현 위치는 말과 마음과 행동이 씨앗이 되어 여기까지 온 것이다.

세상을 잘 사는 사람은 항상 미소 지은 얼굴로 긍정적인 말과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문득 오늘 나는 얼마나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해 말을 했는가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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