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수 조달청장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가 16세기경 유럽사회에 던진 파문은 의외로 컸다.?

'지구가 자전축을 중심으로 정지해 있는 태양 주변을 공전한다'는 그의 주장은 당시 과학과 철학, 특히 종교의 근간이 됐던? 지구 중심적 사고에 대한 역설이자 도전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는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며 스스로 움직이지도 않는다는 지구중심설을 체계화 한 이후 1000년 이상 서구 그리스도교 국가의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더욱 파장이 강했다.

코페르니쿠스의 주장은 설익은 전통적인 이론과의 결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또 새로운 진리에 접근하기 위한 사고의 전환을 주문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후 갈릴레오는 당시 보수적 철학자들과 종교 지도자들의 숱한 박해를 받으면서도 코페르니쿠스의 학설을 발전시키면서 진리로 체계화했다.

그 여파는 뉴턴의 만류인력의 법칙을 탄생시키는 기폭제가 됐음은 물론 우주시대를 여는 전주곡이기도 했다.

500여 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코페르니쿠스적 사고의 전환이 의미를 갖는 것은 공직사회에 불고 있는 변화의 움직임과 방향성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의의 대상과 시대적 상황 등은 명백하게 차이가 있지만 엇박자로 점철된 구태를 바로 세운다는 본질에 있어서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전환기 맞은 공직사회

개발시대를 거치면서 땀과 혼을 쏟아 국민들에게 빵을 공급해 왔던 공직자들의 국가관과 역할 등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해방이후 5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공무원조직의 경직성은 이제 한계에 와 있다고 본다. 종래 공무원 사회에서 쉽게 발견되었던 서열주의와 문서주의, 복지부동의 행태는 다변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그 생산성을 담보할 수 없다.

삼성, 현대, 엘지 등 굴지의 국내 대기업들이 세계 100대 기업으로 진입해 지구촌에서 그 위상을 찾고 있는 것에 비해 공무원조직은 그 뒤를 따라 가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적 부패 감시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한국 정부의 경쟁력 지수는 91개국 중 42위에 올라 있다. 싱가포르(4위), 홍콩(14위), 일본(21위), 대만(27위) 등 아시아 국가에도 못 미치고 있는 수준이다. 공무원 조직의 경쟁력 저하는 국내 모 대기업 총수가 지난 90년대 초부터 '마누라와 자식을 제외하고 모두 바꿔라'고 주문하며 혁신의 바람을 일으켰던 기업과 보조를 맞추지 못했던 데에도 한 원인이 있다.

고객지향은 시대적 당위

민간그룹이 선도했던 혁신바람의 징후는 이제 공무원조직에서도 쉽게 발견되고 있다. 정책부서로는 처음으로 행정자치부에서 기업형 팀제를 도입해 변신을 시도한 데 이어 집행기관에서는 유일하게 조달청이 같은 흐름을 타고 있다. 팀제 도입의 중심부에는 서열이 지배했던 공직사회의 경직성을 탈피하기 위한 시도가 자리하고 있다.

부서내의 칸막이가 제거되고 6단계에 걸쳐 진행됐던 결재 라인도 2∼3단계로 대폭 줄어들었다. 공급자의 위치로 시각을 고정시켰던 공무원들은 이제 수요자인 국민들에게 눈을 돌리는 시스템에 적응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의미하는 혁신사고가 전제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일부 공무원들이 변화의 기류에 회의를 나타내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

과거 코페르니쿠스가 밝힌 지동설의 진리를 부정했던 상황과도 흡사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한 의구심은 기득권의 보호본능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모두 일시적인 현상이요 순간적인 진통일 뿐이다. 코페르니쿠스적 사고의 전환이 현대사회에도 접목될 수 있는 것은 진리로 채워진 그 실체 때문이다. 공직사회의 혁신도 고객지향이라는 시대적 당위를 담보하고 있기에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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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시론 필진이 지난 27일 정부 인사에 따라 최경수 조달청장에서 진동수 조달청장으로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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