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주등 3명 구속 7명 입건
손님 5명에 3305만원 뜯어
카드 비밀번호 노출 주의해야

지난 1월 중순경 몽롱한 상태에서 눈을 뜬 50대 남성은 낯선 곳에 있는 자신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모텔에 잠이 들어 있고, 전날 술값으로 무려 580만원을 결제했다는 휴대폰 문자가 와있었다.

곰곰이 기억을 떠올린 남성은 전날 밤 호객행위를 하는 남성을 따라 대전 중구의 한 유흥주점에 들어갔고, 양주 5~6잔정도를 마신 뒤 소위 ‘필름이 끊긴’ 사실을 알았다.

문제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술값이었다. 양주 몇 잔을 마신 기억뿐인데 혼자서 수백만원에 달하는 술과 안주를 먹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는 당시 술을 마신 주점 위치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고, 진위를 밝히려고 경찰에 신고했다. 알고 보니 유흥주점 업주는 이 남성에게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먹인뒤 술값을 부풀려 결제하고 모텔에 옮겨놨던 것이다.

대전 중부경찰서는 24일 혼자 유흥주점에 온 손님들에게 수면제를 먹여 술값 수천만원을 바가지 씌운 혐의(특수강도)로 업주 A(35)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종업원 B(24) 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 씨는 대전 중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면서 손님에게 수면제를 넣은 음료수를 마시게 해 의식을 잃게 한 후 손님 카드로 술값을 결제하거나 현금을 인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지난해 7월부터 올 1월까지 손님 5명에게 총 3305만원을 뜯어냈다.

이들의 수법은 이렇다. 술에 취한 남성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해 자신들의 유흥업소로 유인했다. 손님이 2명 이상이면 범행이 어렵다는 점에서 혼자 업소를 찾은 사람을 노렸다. 이들은 손님에게 “술값이 30만원인데 현금 계산하면 20만원으로 할인해 주겠다”고 꼬드겨 이에 넘어간 손님이 현금을 찾아오라고 심부름을 시키면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함께 알아냈다.

카드를 넘겨받은 일당 중 한 명은 인근 편의점 현금인출기(ATM)에서 잔액을 조회하고 계좌에 돈이 많이 남아 있는 경우 범행 대상을 삼았다. 현금 인출 담당의 연락을 받은 업주는 손님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권해 정신을 잃게 한 뒤 빈 양주병 여러 개를 가져다 놓는 수법으로 술값을 부풀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피해자가 과다한 술값에 항의할 것에 대비해 빈 양주병과 안주를 탁자에 올려 둔 사진을 찍는 치밀함을 보였다. 피해자 중에는 하룻밤에 술값으로 무려 1020만원을 뜯긴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만취상태로 업소에 들어온 데다 수면제가 든 음료수까지 마신 탓에 당시 정황을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성노근 수사과장은 “현금 할인이라는 유혹에 넘어가 함부로 타인에게 카드 비밀번호를 알려줘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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