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필 NH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 수석연구원


학창시절 우리를 힘들게 했던 것 중에 하나는 수업시간에 등장하는 수많은 공식들이었다. 수학은 물론이고 물리, 화학 등의 과목에서도 외워야 할 공식들이 수없이 많았다. 사실 각각의 공식들은 대부분 간단했다. 문제는 그 간단한 공식들을 실제 시험문제에 적용하는 것이 간단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막상 시험문제를 받아보면 검은 것은 글씨고, 흰 것은 공백일 뿐 막막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노후준비라는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공식이 필요하다. ‘노후자금=원금X수익률X시간’으로 정의되는 투자공식이다. 학창시절 접했던 공식들과 마찬가지로 간단하다. 투자원금에다 수익률을 곱하고, 여기에 다시 시간(투자기간)을 곱하면 바로 노후자금이 된다.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학창시절의 많은 공식들처럼 이 투자공식 역시 실전에 적용해서 풀어내기가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노후자금을 늘이기 위해서는 원금, 수익률, 시간 중 최소 어느 한 가지라도 높여야 한다. 하지만 최근의 경제상황은 그 어느 것 하나 높이기가 쉽지 않다. 투자원금을 늘리기 위해서는 벌어들이는 소득, 즉 근로소득이 늘어야 가능한 일인데, 최근 3~4년 동안 근로소득 증가세는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투자수익률이 좋은 것도 아니다. 은행예금은 1%대로 내려와 있고, 부동산, 주식, 채권 등의 수익률은 오히려 뒷걸음을 치기도 한다. 노후자금의 양을 결정하는 마지막 요소, 시간 역시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 사실 노후준비의 성패는 시간에 의해 결정된다.

어차피 경제상황이 누구에게나 다 똑같다면 결국 노후준비의 차이는 시간에서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노후준비를 젊은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시간 역시 투자수익에 별 기여를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노후준비를 위한 투자공식을 풀기가 만만치 않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근로소득이 제자리여서 투자원금을 늘릴 수 없다면, 좀 더 오래 일함으로써 투자원금의 총량을 늘릴 수 있다. 투자수익률 역시 기대수익률이 높은 투자형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포트폴리오 투자를 한다면 어느 정도 상승을 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간 역시, 사회생활을 시작하자마자 의지를 갖고 노후준비를 시작한다면 어렵지 않게 늘릴 수 있다. 투자공식의 3요소 중 어느 것 하나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상황이 못 된다. 따라서 각 요소들을 조금씩이나마 개선하려는 노력을 통해 이 작은 것들이 곱해졌을 때 발생하는 기대이상의 효과, 즉 '승수효과'를 노려야 한다. 이 것이 노후준비의 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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