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인구학자 폴 월리스는 고령화 사회에 가져올 충격을 지진(earth-quake)에 빗대어 ‘에이지 퀘이크(age-quake)’라고 표현했습니다. 2020년 무렵에는 세계 경제가 에이지 퀘이크로 큰 충격을 받을 것이며, 그 강도가 리히터 규모 9.0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였습니다. 그는 한국도 피해를 크게 입을 국가 중 하나로 꼽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1.15로 세계 최저 출산국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출산율이 세계 최저이기에 인구 고령화 속도역시 세계 최고이며, 2018년에는 노인 인구비율이 14...
지금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인문학 전공을 통합하거나 폐과하는 등 인문학의 고사가 진행 중인데, 한편에서는 인문학의 열풍이 부는 모순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연세대 김상근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자칫 ‘힐링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며, 정진홍 교수도 인문학이 흥행의 대상 혹은 유행의 첨병이 되는 것에 대해 역시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 인기강사 최진기 씨도 인문까지도 자본의 ‘주구’가 되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분들이 ...
최근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합의하였습니다. 그동안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고 북한의 군사적 도발 행위에 많은 국민들이 불안감을 가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아직 어려운 고비는 상존하고 있으나 얼마 전 남북고위급 접촉에서 6개항에 대한 극적인 합의가 이루어졌고 이번 이산가족 상봉이 실현될 것으로 예상되어 일단 안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북회담이나 접촉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입북하여 김일성과 면담을 하였고, 당시 제 2인자인 김영주와 합의문에 공동서명을 하는 성과를 낸 것을 필두로, 1991...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석학 조지프 스티글리츠 콜럼비아대 교수는 미국은 ‘상위 1%가 지배하는 나라’라고 선언하였습니다. 이미 만인이 경제성장의 혜택을 공유할 수 없는 사회라고 규정한 것이지요. 이런 미국사회의 불평등의 단면은 부자는 갈수록 부자가 되고, 부자 중에서도 최상층은 더욱 큰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갈수록 가난해지고 그 수가 더욱 많아지며, 중산층은 공동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평등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장의 힘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 미국의 미래를 두 가지 방향으로 예측...
일주일 전에 처서가 지났으니 절기상으로는 가을입니다. 또한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나, 하늘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이미 몸은 마음보다 먼저 가을을 느낍니다. 가을에 대한 이미지는 대체로 ‘고독하다, 외롭다, 쓸쓸하다’입니다. 그런데 비슷한 것 같은 이 표현들을 좀 더 깊게 들어가 보면 각기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고독은 홀로 있다는 점에서는 외로움과 같으나 능동적으로 홀로 있는 것이고, 외로움은 타인으로부터 소외된 공허한 감정을 일컫습니다. 쓸쓸하다는 감정은 고독과 외로움과 비슷하지만 예를 들어 ‘겨울 들판’을 표...
저는 매일 새벽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중에는 제 ‘공부방’ 근처인 ‘시청 앞 가로수길’을 자주 걷고, 주말이면 집 근처인 유등천을 따라 걷곤 합니다. 새벽운동은 동네 헬스클럽에서 하는데 건강을 위해 의무적이고 습관적으로 하는 것이라 마음의 여유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시청 앞 가로수길과 유등천을 걸을 때는 전혀 느낌이 다르지요. 계절마다 빛깔과 모양이 다른 나무와 꽃 그리고 강물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산책은 굳이 건강과 연결할 필요도 없고, 시간의 제한을 받을 필요도 없으며 뚜렷한 목표를 세울 이유도 없습니다. ...
더위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입추와 말복, 그리고 본격적인 휴가철도 지났으니 이제 가을로 접어들겠지요. 절기로는 입추(8월 8일)에서 입동(11월 7일)까지가 가을이라고 하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무더웠고 늦더위도 있을 듯합니다. 가을은 역시 독서의 계절이지요. 책 읽기에 날씨도 적당하고 쓸쓸한 가을의 감성도 독서에 빠져들게 만들지요. 최근 우리나라에서 인문고전과 독서를 권장하는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저는 이지성씨를 인문학과 독서법의 전도사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그동안 펴낸 ‘리딩으로 리드하라’, ‘독서 천재가 된 ...
윤흥길의 장편소설 ‘완장’은 지금부터 32년 전에 처음 출판된 이래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고 지난해 4판까지 인쇄를 했다고 합니다. 책머리에 밝힌 작가의 표현대로 ‘잘못된 권력을 야유할 속셈으로’ 집필했다는 ‘완장’이 수십 년 세월이 흐른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읽히고 있는 것은 아직도 우리사회에 ‘완장 문화’가 존재한다는 방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윤흥길의 ‘완장’은 풍자성이 강한 전라도 사투리와 질펀한 입담으로 해학성을 잘 살린 장편소설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소설속의 주인공 임종술은 ‘어려서부터 대처(도회지)로만 떠돌면서 쌈...
최근에 우리는 ‘문화는 돈이다’,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 ‘컴퓨터는 기계가 아니라 예술품이다’, ‘빌 게이츠는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사업구상을 했다’는 등의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문화 또는 예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담론이겠지요. 이렇듯 우리는 문화나 예술같은 소프트파워가 국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도 적극적인 문화예술 정책을 펴나가고 있습니다.정부 문화정책의 효시는 역시 프랑스입니다. 프랑스는 드골 정부인 1959년에 세계 최초로 문화를 담당하는 부서 즉 문화부를 설립하여 초대장관으...
큰일을 하던, 소소한 일을 하던, 우리는 모두 일상에 매여 살고 있습니다. 그 일상은 일종의 질서이지만 때로 사람을 지치고 피곤하게 만듭니다. 제가 원해서 하는 일이지만 새벽마다 운동을 해야 하고, 강의 준비를 위해 책을 읽어야 하고, 늦게 시작한 일본어 공부는 때때로 스트레스가 되고, 원하던지 원치 않던지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즐겁기도 하지만 쳇바퀴 돌듯한 생활의 질서를 깨버리고 훌쩍 떠나고 싶었습니다. 자연스레 화두는 ‘자연과 사람’이 되었고 그에 걸맞은 장소를 물색하다가 다문화인종이 자유롭게 어울리고 빙하, 울창한 ...
작년 여름, 제가 현직에 있을 때 어느 행사장에서 대통령과 전국 시도지사와의 간단한 다과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대통령께서 ‘인문학 발전’을 강조하셔서 저는 마음속으로 상당히 고무되었습니다. “문화융성은 물론 창조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인문학 발전이 필요하다’는 그때 ‘대통령 말씀’처럼 하루빨리 위기에 처해있는 인문학을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책 대안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문학의 열풍은 대학에서부터 불어야 하고, 이는 기업의 인재채용 원칙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많은 대학에서 인문학관련 전공을 통폐합하...
서양속담에 ‘가신(家臣)으로부터 존경받는 영웅은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웅은 모든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는데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신으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한다면 큰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영웅의 위선적이고 군자연한 겉모습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궂은 일 마다 않고 보좌하는 가신들에게는 많은 실망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대목입니다. TV연속극에 자주 소재로 등장하는 사장,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비극적 종말도 여기에서 연유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른바 영웅이라고 인정받는 사람의 심리에는 자기는 부하를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