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의 월요편지]배재대 석좌교수

영국의 인구학자 폴 월리스는 고령화 사회에 가져올 충격을 지진(earth-quake)에 빗대어 ‘에이지 퀘이크(age-quake)’라고 표현했습니다. 2020년 무렵에는 세계 경제가 에이지 퀘이크로 큰 충격을 받을 것이며, 그 강도가 리히터 규모 9.0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였습니다. 그는 한국도 피해를 크게 입을 국가 중 하나로 꼽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1.15로 세계 최저 출산국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출산율이 세계 최저이기에 인구 고령화 속도역시 세계 최고이며, 2018년에는 노인 인구비율이 14%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고, 이는 폴 월리스가 지적한대로 엄청난 경제적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 극복대책을 세우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으나 오히려 출산은 ‘뒷걸음’치고 있습니다. 올해 저출산 관련 예산은 14조 7000억원이었고 이는 10년 만에 무려 7배나 늘어난 규모입니다. 그러나 2013년 출생아 수는 43만 6500명으로 전년 대비 9.9%가 감소되었습니다. 정부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대책을 내놓고 막대한 재정 투입을 하였으나 정책적 효과는 거두지 못한 것입니다.

KDI 윤희숙 부장 같은 복지예산 전문가는 선진국에서는 고학력 여성의 출산율이 상승추세에 있는데, 이는 양성평등 원리가 힘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즉 고용기회의 증가가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이의 대표적인 나라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를 비롯하여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네덜란드 등입니다. 따라서 양성평등 원리나 여성의 경제활동 지원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양육비 지원이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양육비, 가사도우미 등 현금이나 이에 준하는 지원으로 효과를 본 프랑스, 싱가포르 같은 국가도 있고, 우리나라 기혼 여성의 출산 기피 원인이 경제적 부담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직접 지원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돼 있지만 최소한 양성평등 원리나 여성 경제활동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과 병행하여 추진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를 위한 대책은 무엇일까요? 저는 전업주부와 워킹 맘을 위한 제도와 문화를 확실히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육아, 가사, 업무로 시달리는 워킹맘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전업주부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제도와 문화의 개선이 추진돼야 합니다. 전업주부는 연령 및 계층이 다양하여 접근이 어렵고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주부의 자존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부부재산 공동 소유를 비롯하여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구체적으로 제안한 것처럼 가정 내에서 전업주부의 자기 책상, 자기 시간, 자기 통장 갖기를 정착시키는 것입니다. 전업 주부일지라도 자기만의 공간과 시간을 갖고, 가사 노동의 대가로 떳떳하게 이체 받을 수 있는 통장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워킹 맘은 일과 육아를 모두 잘 하는 수퍼우먼이 아닙니다. 따라서 워킹 맘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직장에서는 퇴근시간에 부담 없이 회사를 나설 수 있도록 기관에서 여건 조성을 해야 하며 구체적인 방법으로, 퇴근시간 준수, 시차 출·퇴근제,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를 확대해야 합니다. 가정에서는 부부의 가사 및 육아 공동분담, 남편의 육아 휴직을 확대하여 퇴근길이 ‘도로 출근길’이 되지 않도록 생활화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이와 같은 양성평등 원리 구현, 여성 경제활동 지원 그리고 양육비 지원 등을 균형있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출산율을 높임으로서 5년 후에 닥쳐올 에이지 퀘이크에 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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