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세 되신 분이 82세 되신 분께 “자네는 참 좋은 나이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작년말 국립 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감각의 분할’이라는 회고전을 연 김병기 화백님이 그의 제자인 정상화 화백님께 실제로 하신 말씀입니다. 그러면서 김병기 화백님은 “나는 첫 전시회를 70세에 열었고, 80세에 파리에 나가 있었으며, 80대에 중요한 일이 많았다”고 덧붙이셨습니다. 한편 얼마 전 모 방송에 출연한 96세의 김형석 교수님은 앞으로 2년을 더 일하고, 98세 되는 해에 사랑하는 짝을 찾아보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농담처럼 들을 ...
작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직후 어느 교수가 이런 칼럼을 썼습니다. “정상국가(正常國家)는 부재했다. 한국이 세월호 사태에 막혀 침몰 위기에 놓인 것은 국가의 관리기능과 서비스 기능이 아프리카 난민국 수준이었던 까닭이다” 당시 상황이 위중하고, 많은 국민들이 분노에 차 있어 이 주장이 설득력을 가졌고,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분의 글이었지만 ‘아프리카 난민국 수준’이라는 말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연이은 그 교수의 칼럼은 “관상민(官商民)이 합작한 공모살인이자 허술한 한국사회가 낳은 예정된 재앙이었다”고 까지 강경하게 이어...
요즘은 메르스 때문에 온 국민의 신경이 날카로워졌습니다. 자신이나 가족들에게 전염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확진환자와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불안, 정부나 병원의 초기대응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메르스로 인해 바닥까지 내려온 경기 때문에 많은 국민의 심기가 매우 불편합니다. 그런 와중에 어느 식사 자리에서 목소리 큰 누군가 “그놈의 종편방송을 없애야 돼, 매일 선동적인 방송이 이어지니 국민은 더 불안해지지” 이에 다른 분은 “그래도 종편방송이 있으니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시간 보내기도 좋...
지난주 상하이 지안차오대학의 강의 차, 제 생애에 네 번째로 상하이를 방문했습니다. 첫 번째는 1992년 9월, 한중수교 직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한중정상회담과 상해임시정부청사 방문의 수행원으로 방문했었고, 그 후 두 차례 더 방문할 때마다 도시 전체가 마치 천지개벽을 한 듯 몰라보게 발전되어 있는 모습에 놀랐던 터라 이번에도 내심 기대를 했는데 예전 같은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상하이 시민들은 중국인보다는 상하이인으로 불리길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그만큼 그 도시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이 큰 것 같습니다. 덩샤오핑도...
지난 주말에는 상하이를 다녀왔습니다. 상하이에 있는 지안 차오(建橋)대학에서 교수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습니다. 저는 이번 특강에서 한국의 발전과정과 향후 우리에게 부여된 과제가 무엇인지를 설명하였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간인 50년만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달성한 모범국가인데, 그 동인과, 이러한 압축성장의 결과 발생한 사회적 병리현상은 무엇인지를 말해주었습니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한 뒤로부터 10여 년간 한국은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였습니다. 1962년 정부에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1930년대 경제공황을 극복하고, 공산주의와 파시즘의 도전을 물리친 뒤,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승리했다고 확신을 가졌던 세계의 지식인들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세계금융공황 이후 각지에서 경제적 불안과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이 고조됨에 따라 이제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왜 세상을 바꿔야 하나? 어떻게 바꿔야 하나? 바뀐 사회의 모습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근래 우리나라에 소개돼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
여러 조사기관의 발표를 종합하면 미국의 역대 대통령 인기 순위는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프랭클린 루즈벨트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 존 F. 케네디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업무성과나 리더십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것은 아니고 정책과 비전만을 고려한 것입니다. 특히 두 대통령 모두 변화를 주도하였고, 미국인에게 ‘미국은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합니다. 두 대통령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당선 시 40대의 젊은 대통령이었고, 두 사람 ...
지난해 공직을 물러나고 시작한 강의는 초가을의 높고 푸른 하늘에서, 노랑색으로 물든 단풍을 거쳐 이제는 연두색 이파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아름다운 계절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이른바 삼포세대에 대한 애달픈 마음이 있었지만 막상 상심하는 젊은 세대를 대하면서 연민으로 가슴이 저립니다. 그것은 우리 세대의 어리석음과 탐욕 때문에 생겨난 상심이기 때문입니다. 대학에서 제 전공이 아닌 교양과목을 택한 이유는 전공은 유능한 젊은 교수들이 맡으면 될 터이니 그래도 세상경험을 많이 한 사람으로서 젊은 세대에게 무언가 ‘교훈’을 줄...
프랑스어 중에 ‘클리셰’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원래 인쇄에서 연판(鉛版)을 뜻하는 말이지만 ‘진부한 표현이나 고정관념’을 지칭합니다. 외국 사람들은 편지 끝에 ‘Sincerely Yours’라는 말을 꼭 붙이는데 굳이 번역한다면 ‘당신의 친구’ 또는 ‘마음으로부터’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외국인들까지도 이것을 ‘클리셰’라고 평가합니다. 글 쓰는 일을 즐기는 사람들도 클리셰의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전문적인 글쟁이가 아닌 탓에 반복해서 실수를 하지만, 예를 들어 “수정 같은 맑은 물이 소리 내어 흐르고…”...
9·11테러를 전후하여 일군의 무신론자들이 등장하여 종교비판을 쏟아냈습니다. 그들은 샘 해리스, 리처드 도킨스, 대니얼 데닛, 크리스토퍼 히친스 등인데 이들은 하나같이 종교는 망상이며, 세상에 존재하는 악의 대부분은 종교에 그 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들은 전쟁, 종족학살, 테러리즘, 여성압제 등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 종교라고까지 비판합니다. 그러나 계몽주의의 선두에 섰던 존 로크를 시작으로 최근에도 테리 이글턴을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무신론자들을 비판하면서, 신은 필요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세상을 ...
지난 2010년 말부터 2011년까지 무상급식과 관련한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그 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여야 모두 대체적으로 무상급식을 수용하는 입장을 보여서 무상급식 문제는 정치권에서 사라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홍준표 경남지사가 도교육청에 지원하던 관련 예산의 전액 삭감을 발표한 뒤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평소 무상급식을 포함한 이른바 ‘복지 망국론’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OECD국가 중, GDP대비 가장 적은 복지 예산을 쓰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복지강화’가 아니라 ‘복지망국’이...
우리에게 많은 지혜와 교훈을 주고 있는 달라이 라마의 평생 화두는 '행복'과 '용서'입니다. 달라이 라마의 곁에는 항상 긍정심리학 분야의 선구자인 하워드 커틀러와 물리학을 전공한 빅터 챈이 있었습니다. 커틀러와는 행복에 관한 두 권의 책을 공동 집필했고, 빅터 챈과는 용서에 관한 책을 공동 집필했습니다. 달라이 라마가 고대 동양의 지혜를 대표한다면 커틀러와 빅터 챈은 각각 서양의 정신의학과 물리학을 전공한 과학자입니다. 동양의 사상과 서양의 과학이 만나 우리에게 최고의 지혜를 선물한 것입니다. 달라이 라마가 쓴 책들의 제목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