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칼럼]최근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대전세종충남본부장

김장철이 도래하고 있다. 지난주 서울광장에서는 6천여 명의 세계인들이 모여 50t에 달하는 김장김치 담그기 행사가 열렸다. 김장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전인 4℃ 정도일 때 하는 것이 좋다. 예로부터 입동전후를 김장하기 가장 좋은 시기로 여겨왔으나, 점차 늦어지는 추세를 보인다. 겨울철에도 쉽게 채소를 구할 수 있게 되면서 김장을 하지 않는 가정도 늘어나고 있다.

김장은 고려시대의 ‘동국이상국집(이규보)’에 “무를 소금에 절여서 구동지에 대비한다”는 기록으로 미뤄 당시에도 이미 담갔음을 알 수 있다. 현재와 같은 김장방식은 17세기 무렵 일본을 통해 들어온 고추가 널리 사용되면서 시작된다. 그 이전에는 매운맛을 내기 위해 천초를 넣고, 맨드라미꽃이나 연지 등으로 붉은색을 냈다고 한다. 고추가 사용되면서 젓갈과 함께 마늘, 파, 생강과 같은 양념을 넣고, 해산물도 함께 넣음으로써 동물성과 식물성 재료가 혼합된 독특한 발효음식으로 발달하게 됐다.

김치는 과학적으로 효능이 입증된 건강식품이다. 식이섬유, 비타민, 무기질의 함량이 높아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을 막아준다. 특히 숙성과정에서 생기는 젖산균은 변비와 대장암의 예방효과가 탁월하다. 중국의 짜사이, 일본의 쓰케모노, 양배추를 잘게 썰어 숙성·발효시키는 독일의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 등도 일종의 김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재료가 단순하고 고춧가루나 젓갈을 사용하지 않고 있어 영양과 효능 면에서 김치와는 큰 차이가 있다.

김치와 김장문화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인류무형문화재다. 한류붐을 타고 지구촌의 웰빙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김치수출은 일본, 미국, 홍콩, 대만 위주였으나, 중국으로의 수출길도 곧 열릴 전망이다. 중국정부의 절임채소 미생물기준(대장균균 30이하·100g)은 김치의 유산균을 대장균과 동일시하고 있어, 김치의 중국수출을 막아왔다. 한·중 정상회담 이후 관련규정의 개정이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할랄인증 김치수출도 중동시장에서 본격시동 중에 있다.

성수기를 앞둔 김장채소류 가격은 보합세(배추 2300원·포기·무 1350원/개)를 보이고 있다. 올해 4인 가족의 김장비용도 예년수준(23만원) 보다는 적게 들것으로 전망이 된다. 무·배추, 고추, 마늘 등과 같은 노지채소류는 수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올해는 특히 가뭄으로 인해 생산이 불안정해지면서 수급난을 겪어왔다. 다행히 하반기 이후 기상여건이 좋아 수급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채소류의 생산안정을 위해 계약재배 확대와 출하안정제를 추진하고 있다. 시장참여자의 현명한 의사결정도 수급안정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배추가 금추로 불리던 시절, 김장시장의 아우성 소리가 생각난다. 올해는 각 가정에서 김장김치 포기 수에 인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집 김치냉장고도 그득 차도록 김장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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