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속 사연]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서방. 남편을 낮잡아 이르거나 성에 붙여 사위나 매제, 아래 동서 등을 이르는 말이다. 또한 벼슬이 없는 사람의 성 뒤에 붙여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서방은 한자로 '書房'이다. 글자대로라면 서방은 글을 읽고 쓰거나 보관한 공간이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서재(書齋)'인 셈이다. 이 서재가 어떻게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는 걸까.

고려 최 씨 무신정권으로 돌아가 보자. 칼잡이들이 정권을 쥐고 흔든 지 47년이 지난 1227년 최우(瑀)정권은 권력을 잡았지만 무신들만의 정치에 한계가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거기에다 몽골침입의 위협이 지속되고 있어 능란한 외교수완이 필요했지만 무신들로는 변변한 외교정책조차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그러니 울며 겨자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서방이다. 지식과 학식이 높은 문사(文士)를 등용시켜 외교 문서작성에 활용하는 등 무신정권의 부족함을 채워보자는 계산이었다. 서방에 등용된 관리들은 책을 벗 삼아 공부를 하거나 필요시 표문(表文)과 서장(書狀) 등 대외 문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맡았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방에 들어 앉아 공부만 했다. 결국 서방은 최우의 정권 유지차원에서 정략적으로 설치됐다. 이 서방은 1270년 무신정권이 끝날 때까지 유지됐다.

서방 설치로 문사들이 등용된 것은 사실이나 인사나 행정 등 정사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없었다. 그저 무신정권이 지시하는 외교문서 작성에 그쳤다는 얘기다. 시키는 일만 했다는 것이다. 아니 일이 없을 땐 책만 봤는지도 모른다.

당시 양반의 경우 결혼을 하면 남자들은 일을 하지 않고 방에 들어앉아 '책 보는 일'이 하루 일과였다. 아내는 별도로 남편을 가리키는 말이 없던 상황에 남편이 방에서 책만 보니 그냥 '書房'이라 불렀던 게다. 혈연이 아니 다른 친지들은 직접 이름을 부르기도 그렇고 벼슬도 하지 않았으니 '서방’의 호칭을 따라 지금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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