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들보 위의 군자〉

후한 말엽, 진식(陳寔)이란 사람이 태구현(太丘縣)의 현령(縣令)으로 있을 때의 일이다. 그는 교만하지 않고 남의 어려움을 짐작하며 늘 겸손한 자세로 현민(縣民)의 고충을 헤아리고 공정하게 처리함으로써 백성들로부터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런데 어느 해 흉년이 들어 많은 백성들이 굶주림에 허덕이게 됐고 현민의 생계도 몹시 어려워졌다. 어느 날 밤, 진식이 대청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웬 사나이가 몰래 들어와 대들보 위에 숨어들었다. 도둑이 분명했다. 식구들이 모두 잠이 든 뒤에 물건을 가지고 갈 생각이었던 것 같았다. 진식은 모르는 척하고 독서를 계속하다가 아들과 손자들을 대청으로 불러 모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악인이라 해도 모두 본성이 악해서 그런 것은 아니지. 부지런히 일을 하고 어려움이 다소 있더라도 그것을 슬기롭게 극복해 가야만 성공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덧 습관이 성품이 돼 악행을 하게 되며 그로 인해 평생을 그릇된 삶을 살게 되느니라. 이를테면 지금 ‘대들보 위에 있는 양상군자(梁上君子)’처럼 말이다.” 그러자 쿵하는 소리가 났다. 진식의 말에 감동한 도둑이 대들보에서 뛰어내린 것이었다. 그가 마룻바닥에 조아리고 사죄하자 진식이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네 얼굴을 보아하니 악인은 아닌 것 같다. 오죽이나 어려웠으면 이런 짓을 했겠나.”

진식은 그에게 좋은 말로 타이르고 비단 두 필을 주어 보냈다. ‘받는 자보다는 주는 자에게 복이 온다’고 하듯 어려운 사람을 바르게 돌보아 주면, 나쁜 마음의 소유자도 깨우침으로 덕인(德人)이 돼 새해에는 공공을 위해 밝고 바른 사회에 봉사하는 겸양지덕의 인재가 될 것이다.

<국전서예초대작가·前대전둔산초 교장 청곡 박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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