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산업혁명 후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류는 수천년간 이룩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진보를 이뤄 냈다. 기아 해방은 물론 더욱 편하고 풍요로운 물질문명을 제공했다. 그러나 20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과학기술이 오히려 인간을 공격하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95%를 화석연료에 의존한 결과 생활환경의 오염이 심각해졌다. 지구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이처럼 과학기술이 환경 파괴적인 형태로 발전되어 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학기술을 포기하고 원시시대로 되돌아가야 하는가.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그럴 필요도 없다.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에서 파생된 지구 온난화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첨단 과학기술로만 극복이 가능하다. 적은 화석연료로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더욱 근본적인 것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무공해 청정에너지, '신재생에너지'의 개발과 상용화에 성공하는 일이다. 그리고 점차 화석연료가 고갈돼 가는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요, 국가가 사활을 걸고 집중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수소, 연료전지, 풍력, 태양광, 지열, 해양에너지 등의 신재생에너지는 환경친화적인데다 무한정 활용이 가능하며 무엇보다 '기술주도형'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매우 적합하다 할 수 있다. 지하자원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지금의 경제 발전을 이뤄 낸 우리나라의 경우 고도로 집약된 과학기술을 통한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이야말로 21세기, 진정으로 '해 볼 만한' 분야다.

그러나 세계 10위의 에너지 소비국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대체에너지 이용률은 1.4%. 독일의 12.5%, 덴마크 10.4% 등에 비하면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친환경에너지 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먼저 위기는 기회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지난 19세기, 기계를 움직이던 가축의 사료 값이 급증하고 지나친 벌목으로 산림이 황폐해지자 새롭게 석탄을 사용함으로써 그 위기를 풀어 나갔듯이 에너지의 위기는 언제나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계기가 되어 왔다. 이제 환경오염과 고유가라는 화석연료의 위기를 기회 삼아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때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를 성공적으로 상용화한다고 해도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에너지 종속은 오히려 더 강화될 수도 있다. 하늘 높이 값이 치솟는 화석연료를 수입하면서 더불어 신재생에너지 개발기술까지 수입하느라 그 부담이 더욱 증가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에너지 공급은 잠시라도 중단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한 번 기술이 종속되면 시설을 건설할 때뿐 아니라 유지, 보수를 하는 데도 끊임없이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모든 과학기술이 그러하듯 대체에너지 역시 '원천기술'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국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역시 중요하다. 에너지 개발은 그 특성상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것은 물론, 국제적인 정칟외교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도 2011년까지 필요 에너지의 5%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목표하에 정책적 지원을 벌이고 있다. 예산도 두 배 이상 늘리고 수소연료전지의 경우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선정해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국가의 이러한 대책은 매우 긍정적이며 앞으로 더욱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더 이상 화석연료는 미래가 없다. 환경오염을 억제하고 고유가에서 기인한 우리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지속 가능한 신재생에너지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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