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연무읍 안심정사 법안 주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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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시 연무읍 안심정사(태고종) 주지이자 서울 강서구 등촌동 백상선원 원장인 법안 스님은 '이메일 법문'으로 신도들의 아침을 연다.

스님은 새벽 예불을 마치자마자 안심정사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ansim24)에 접속, '전체메일' 발송 기능을 통해 신도를 포함한 카페 회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이메일은 딱히 주제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 부처의 가르침이나 불제자(佛弟子)로서의 자세, 인생 등 폭넓은 이야기를 쉽고 다양한 각도로 접근한다.

"대단하거나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라 신도들과의 상담이나 경전 공부, 참선 등을 하다 느낀 점들을 담담하게 쓰는 것입니다. 신도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진솔하게 쓰다 보면 신도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요."

스님이 인터넷을 통해 글쓰기를 시작한 건 1997년.

현재는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곁방살이'를 하고 있지만 인터넷 붐이 일기 직전인 당시에는 '한국 단위 사찰 중 최초로 홈페이지(http://blue.now.com//ansim)'를 만들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가볍게 시작한 글쓰기가 어느 순간 스트레스로 변했습니다. 글을 보내면 답장메일이 많이 와서 겁났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마음속 이야기 그대로 편하게 씁니다."

현재 스님의 '이메일 법문'을 받아 보는 사람은 300여명으로 이 중 80%는 신도이고, 30∼40대가 많으며 40%가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스님의 '이메일 법문'에 대한 답장은 하루 평균 5통으로 갈수록 인기를 더하고 있다.

멀리 미국에 사는 불자가 "법문을 접할 수 있게 해 줘 고맙다"고 답장을 하는가 하면, 많은 신도들이 "생활 속에서 법문을 접하게 돼 좋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매일 이메일을 보내 달라"거나 "법문을 읽고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며 아침에 보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하고 이곳저곳에 글을 퍼 나르는 열성팬까지 생겨났다.

▲ 이메일을 통해 불자들에게 법문을 알리는 논산시 연무읍 안심정사 법안 주지스님.
인기의 비결은 뭘까. 스님의 '이메일 법문'을 살짝 엿봤다.

"신심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숱한 시행착오와 자기 훈련을 통하여 형성되는 것이다. 신심은 역경에 처하여도 동요하지 않거나, 동요하여도 그 강도가 적은 것을 말한다. … 수많은 역경을 극복한 뒤에야 신심은 생기는 것이다. 그 신심이야말로 진정 우리 자신과 가족과 이웃과 법계를 아우를 수 있는 신심이 되는 것이다."('신심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중에서)

"무엇인가를 성취하고자 하면 우선 '기꺼이 원해서 하는' 자기를 희생해야 한다.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서 항상 스스로 '기꺼이 원해서 하는' 일이 있다면 고생이 되더라도 괴롭지 않을 것이고, 어려움에 부딪혀도 어렵다는 생각이 없을 것이니 모든 시련이 스스로 풀어져 못하는 일이 없고, 이뤄지지 않는 원이 없다. 출가도 내가 기꺼이 원해서 한 것이고, 공부도 내가 기꺼이 원해서 한 것이다. 지금의 서울∼논산간 오고 감도 내가 기쁘게 하는 바이다. 그러므로 육체적으로 약간의 피로함이 없지는 않지만 항상 새로운 기운이 솟아남을 느낀다. 하기 싫어서 어찌할 수 없어서 하는 마음이 아니라, 기쁘게 하는 마음을 가져 보라."('기꺼이 내가 원해서 하는 일' 중에서)

스님의 삶이 녹아 있는 글이 한눈에 들어온다.

반백년 세수가 몇 해 안 남은 스님은 가끔 손수 만든 동영상 메일을 보낸다.

노트북에 PDA, 디지털 카메라 등 최신 기계를 가지고 다니면서 법문을 현장에서 즉석으로 시디(CD)에 담아 주기도 한다.

"대학시절 사무자동화나 인터넷 같은 미래학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출가 직후에는 8비트 컴퓨터를 구입했습니다. 워드는 300타 정도 칩니다."

스님은 앞으로 매주 수요일 인터넷 카페를 통해 묻고 답하기 채팅과 불교에 대한 체계적인 강의 등도 계획 중이다.

올가을엔 지금까지 쓴 1000여편의 글을 모아 책으로 엮을 계획이다.

서천이 고향인 스님은 대전 보문고를 거쳐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출가, 15년 전 현 위치에 안심정사를 창건했고, 올 초에는 서울에 백상선원을 개원했다.

스님은 또 8월 원광대 불교학과에서 세계 최초 '약사 신앙'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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