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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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이라. 이름 한번 청초하구나."

"너는 승상을 어찌 생각하는고?"

"무슨 말씀이오신지요?"

"승상의 정치력을 어찌 생각하느냐 물었느니라."

"저같이 미천한 것이 어찌 승상폐하의 정치력을 논할 수 있겠사옵니까? 당치도 않사옵나이다."

"흠 그야 그럴 테지. 하지만 과인 앞이니 말해 보거라."

"…."

"말을 해보래도. 너희들끼리 주고받는 이야기가 있지 않겠느냐?"

진왕이 눈초리를 아래로 깔며 말했다.

하지만 초선은 얼굴을 붉히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떤 말을 해야 진왕이 좋아할지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말을 하지 않는다면 너를 가까이할 이유가 없노라. 너에게 승상에 대한 것을 묻는다는 것은 너의 맑고 청아한 소리를 듣고 싶음이니라. 그렇지 않다면 과인이 왜 너를 가까이한단 말이냐?"

진왕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대왕마마. 황공 하옵나이다. 소녀의 말씀은…."

"듣기 싫도다. 과인이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는다면 그도 불충이니라. 알겠느냐?"

"황공무지로소이다."

초란은 생땀을 흘리며 앉아 있었다. 어찌해야 좋을지 요리조리 머리를 써 보지만 대답이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대왕의 눈에서 벗어난다면 그길로 죽음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궁녀에게 희망이 있다면 대왕의 은총을 한 번이라도 더 받는 것이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려서 은총을 받을 기회가 왔는데 그것을 수포로 돌리자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었다. 안타까운 정도가 아니라 죽음이 기다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과인이 묻는 것은 다름 아니라 궁성에서 오가는 얘기가 듣고 싶다는 말이로다."

그제야 초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판사판이었다. 승상이 전권을 휘두르고 있는 것에 대해 진왕이 몹시 못마땅해할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은 죽은 목숨이었다.

"시녀들이 승상폐하에 대해 높이 칭송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사옵나이다."

그러면서 초란은 고개를 숙인 채 진왕의 눈치를 살폈다. 진왕의 얼굴빛이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그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하지만 시녀는 그렇게 생각지 않사옵나이다."

초란이 당돌하게 말했다.

"미천한 궁녀의 입으로 이런 말씀을 고한다면 당장 능지처참을 당할지도 모르지만 소녀가 생각하기에 대왕마마께서 너무 외롭게 생활하시는 것 같사옵나이다. 그 점이 늘 소녀의 가슴을 아프게 하옵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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