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해

선거 때마다 공직사회에서 반복되는 공무원들의 '줄서기'가 올해도 어김없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선출직 단체장에게 잘못 보이기라도 하면 인사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불안감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그 정도가 수위를 넘어선지 오래다. 청주시의 경우 한나라당 남상우 예비후보와 민주당 한범덕 예비후보간 2강 체제로 굳혀지자 곧장 6급 이상 관리직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편이 갈려 남은 공직생활을 건 '올인 승부'가 벌어지고 있다.

공직자라는 신분 탓에 직접 일선에 나서지 않고 부인이나 친인척, 측근 등을 동원해 물밑작업을 벌이는가 하면 지역민들과 접촉이 많은 일선 동장들 가운데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 선거사무실에 각종 선거정보를 전달하는 연락책 역할을 자청하는 이까지 있다고 하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공무원 줄서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보다 동료간 불신과 반목 초래다.

실제 남 예비후보 재직 시절 인사상 특혜를 본 모 간부공무원은 상대후보에게 선거정보를 주는 직원이 없나 감시하기 위해 시청 산하 전 부서를 대상으로 '싹쓸이식' 동향파악을 하고 있을 정도란다.

이들은 모두 선거 과정에서 줄을 잘못 서거나 당선자에 미움을 사면 그의 임기 4년 동안 찬밥 신세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서로를 믿지 못한 채 선거 현장을 배회하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시장선거에서 당선을 공공연하게 도운 것으로 전해진 사무관급 인사가 공업직으로는 처음으로 서기관 승진에 성공한 전례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관선에서 민선 단체장으로 바뀐 뒤 자신의 당선을 위해 공무원을 이용하려는 단체장들이 문제다. 말로는 공무원의 선거중립을 강조하면서 뒤에선 공무원을 조종해 표심잡기에 나서려는 그들의 생각이 변하지 않는한 공무원 줄서기는 결코 사라지기 힘들다는 얘기다.

오는 6월 2일 새롭게 탄생할 단체장은 지역발전 뿐만 아니라 공직사회의 불신과 반목 해소가 막중한 임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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