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진 동

지난 22일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발표한 날, 당진에서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이 무너지고 말았다.

도리가 없는 일이 벌어졌다.

감사원 감사가 지난 1~3월까지 계속 진행되는 동안에도 끊이지 않는 소문이 당진읍내를 하루에도 몇 바퀴씩 돌고는 했어도 그때마다 ‘설마 그럴리가…’하고 일축한 주민들이 많았다.

이제 ‘설마’가 ‘사실’이 되고, 그 장본인은 숨바꼭질하다가 지난 28일 밤 5일 만에 서울에서 잡혔다.

지난 2004년 6월부터 충남 서북부지역인 당진군은 전국 어느 자치단체 못지않게 발전의 속도면에서 굉장히 빨랐다.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는 표현이 맞을는지도 모르겠다.

6·2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터져 선거판이 얼어붙었고, 출마 후보자들에게는 가슴에 또 하나의 시련이 멍들어 붙었다.

이 사실을 누가 알까, 어느 누가 물어볼까 한다 해도 너무나 망연한 사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그저 말문이 꽉 막힐 뿐.인지상정인 사람이 보통 가질 수 있는 인정도 싹 가셔버리고 만 현실에서 도대체 그는 어떠한 사람이기에 이토록 무모한 일을 저지른 인지상정이 없는 사람인가.

그렇다고 해결된다면 모르겠다.

6년여 동안 열심히, 묵묵히 일 해온 공직자와 그의 열정어린 군정 추진에 지지했던 주민들 또한 이제 피해자로 돌변해 버렸다.

자, 사람이 사람 노릇을 떠나면 과연 어떻게 되는가. 굳이 다산 정약용의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우리 보통 사람들은 인지상정에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벼슬살이는 머슴살이라 했다. 아침에 승진했다 저녁에 쫓겨나기도 하니 믿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또 ‘현명한 목민관은 관아를 여관으로 생각하고 이른 아침에 떠날 것처럼 장부와 서책을 깨끗이 해두고 행장을 묶어둬 가지에 앉은 가을 새가 훌쩍 떠나갈 듯 하고 한 점의 속된 애착을 조금도 남겨두지 않는다’라고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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