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림

얼마 전 어머니께서 봄나물을 캔다고, 나가시더니 빈손으로 돌아오신 일이 있었다. 가는 곳마다 제초제를 뿌려놔 도저히 먹을 수 없는 봄나물만 있었단다.

요즘 검경이 집중하고 있는 토착비리 단속이 청탁·뇌물·인사비리 등 공직범죄의 뿌리를 제거한다는 미명아래 봄나물도 함께 못쓰게 만드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우련된다.

이 같은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은 1월부터 3월 중순까지 토착비리로 21건을 수사해 163명 검거했으며, 34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에 반해 대전지방경찰청은 지금까지 토착비리와 관련된 단속 실적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유인 즉 단속 실적이 우수한 충남지방경찰청과 비교된다는 것이었다.

충남지방청보다 단속 실적이 저조하다는 것은 뒤집어 생각해 볼 때 대전이 충남보다 부패정도가 심각하지 않다는 반증일 수도 있는 데, 단속기관 입장에서는 생각이 다른가보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동구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40대 남성이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혐의를 두고 동구청을 수사하고 있는 둔산경찰서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일이 발생했다.

“니들은 얼마나 깨끗한가 한번 보자”는 식의 정보공개청구였다.

이렇게 과열과 분열로 이어지는 토착비리 수사는 곧 공직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끼친다.

동료가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되는 걸 지켜보는 공직자는 어쩔 수 없이 방어적·수동적 업무스타일로 바뀌기 마련이다. 의혹에서 시작되는 토착비리 수사가 공무원 사회의 의욕까지 꺽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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