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춘규 문화레저부 차장

라이벌의 사전적 의미는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적수를 일컫는다. 보통은 '맞수'로 순화돼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막상막하인 경쟁 상대를 라이벌이라고 부른다. 스포츠에서도 라이벌인 있고 정치권에서도 라이벌이 있다. 라이벌이 선의의 경쟁을 할 때는 서로가 발전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서로가 퇴보할 수도 있다.

라이벌이라는 말은 강을 뜻하는 영어 리버(river)에서 유래됐다. 옛날에는 강을 중심으로 마을이 있었는데 그 강이 누구네 마을인지 불확정해서 같이 쓰기로 했다. 그 강에서 물고기를 잡으면 같은 물고기가 많았고 잡히는 시기도 똑같았다. 이 때문에 물고기를 사는 사람들도 어디서 사야 할 지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두 마을은 그 강을 사이에 두고 자연히 경쟁하는 상대가 됐다. 이때부터 두 마을은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로 우위를 점유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과 경쟁을 했다고 한다.

프로배구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은 전통의 라이벌이다. 연고도 대전과 천안으로 충청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성적도 항상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선두권을 질주하고 있다. 두 팀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경기 한 참 전부터 관중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보통 때 관중석이 텅텅 비어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그 만큼 선수들이 노력하고 실력을 다져 당당히 맞서기 때문이다.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이처럼 스포츠에서 라이벌끼리 하는 경기는 박진감이 넘친다. 보통의 경기보다 흥분되고 열기도 대단하다. 그야말로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가 된다. 관중들도 덩달아 열을 올린다. 보통 때보다 훨씬 많이 모인다. 목이 터지라고 응원한다. 이기면 환호하고 지면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서로가 깨끗이 승패를 인정한다. 진 팀도 자신들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다음을 기약한다.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지더라도 다음에 또 그들을 보러 오는 것은 스포츠맨십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어떠한가. 약속을 밥 먹듯이 어긴다. 자신들의 부족함은 뒤로 한 채 합리화하기 위한 방안만 찾는다. 칭찬보다는 비방을, 국민보다는 정파를 먼저 챙기기 일쑤다. 페어플레이와 스포츠맨십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파행으로 시작한 국회는 여야의 정파싸움의 장으로 변했다. 국민을 볼모로 대치하기 일쑤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연초부터 세종시 수정안 문제로 불거진 여야의 대립은 좀처럼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친이·친박계로 의견이 갈리면서 내홍을 겪고 있다. 그만큼 아무런 의견수렴 없이 서둘러 발표했다는 방증이다.

21세기의 시대사조에는 대립과 갈등의 정치가 맞지 않는다. 그럴 소지가 있다면 미리 만나 대화로 풀어야 한다. 여도 야도 이제는 정략적 정치를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진정한 라이벌 의식을 다시 한 번 가슴깊이 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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