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창현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가 말했다.

“군자는 반드시 먼저 신뢰를 확보한 후 백성을 수고롭게 해야 할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백성을 수고롭게 한다면 그들은 반드시 자신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여길 것이다.” -논어(공자) 中

다스리는 자를 신뢰하지 못하면 설령 선의의 행동일지라도 다스림을 받는 자는 자신에게 해를 끼친다고 느낀다는 게 논어의 가르침이다.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잃는 순간 공동체의 장(長)은 정사(政事)에 ‘실패’한 것과 다름없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오늘 발표된다. 부처이전 백지화를 골자로 세종시 입주 기업과 대학, 병원 등에 대한 토지, 세제 및 재정 지원 방안 등의 내용을 담은 ‘세종시 법 개정안’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누누이 강조했던 대로라면 새롭게 태어나는 세종시는 국가의 100년을 책임질 핵심 전략이다.

하지만 가장 직접적인 수혜자여야 할 충청민은 원안을 요구하며 오히려 거센 항거를 계속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이 충청민들에겐 ‘이해득실’의 문제가 아닌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신뢰를 잃은 수정안은, 설령 기존보다 더욱 많은 장밋빛 비전들을 담았더라도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세종시 수정에 앞서 그 당위와 가치를 당사자들에게 이해시키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정부는 ‘국론분열’의 상황을 자초한 꼴이 됐다.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강구연월(康衢煙月·번화한 거리에 달빛이 은은하게 비치는 모습)을 택했다. 사회지도층이 신뢰를 토대로 태평성대를 열어갈 책임을 다해 달라는 의미라고 한다.

신뢰를 잃은 세종시를 바라보며 그 의미를 곱씹어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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