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철호 편집부 차장

출근길. 자전거 마니아 나달려 씨는 오늘도 변함없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 중이다. 날씨가 쌀쌀해지긴 했어도 페달을 밟으면 신바람이 느껴진다. 신선한 공기와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며 달린다. 더구나 대전은 최근 도로다이어트를 이용한 자전거 전용차로가 생겨 더 기분좋게 씽씽 달린다.

본격개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 중인 대덕대로 계룡네거리~대덕대교 5.8㎞ 구간 자전거 전용차로는 '1등 자전거도시'를 선언한 대전시의 야심작이다. 교통량이 많은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도로폭을 줄여 자전거 전용차로를 만들었다는 것은 대단히 큰 의미를 가진다. 자전거도로가 차도로 내려왔다는 것. 그것은 자전거가 단순한 레저수단이 아닌 교통수단으로서의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얘기다. 때문에 만들려면 제대로 된 자전거 전용차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전시 자전거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개통을 앞둔 자전거 전용차로에 대한 시민들의 염려와 지적들이 줄을 잇고 있다. 가장 많은 이야기가 안전성 문제다. 차량이 쉽게 들락날락할 정도로 부실한 경계시설(표지병·경계블록)로 인해 안전에 대한 신뢰를 가지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안전하지 못하다면 시민들은 외면할 것이고 외면받는 시설은 결국 예산만 축낸 애물단지가 되고 말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마음껏 내달려 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자전거 전용차로가 필요한 것이다.

계룡네거리~대덕대교 구간 자전거 전용차로를 달리다보면 일부 구간에서는 다시 보도로 올라간다. 교통량이 많기 때문에 다시 보도로 올라가란 이야기다. 대형유통점 부근과 시외버스 정류소 앞 도로는 늘 차량들로 뒤엉키고 북적거린다. 때문에 자전거는 그 북새통에 끼지 말란 이야기다. 그래서 안전하다? 그건 자전거를 타보지 않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보도로 올라가게끔 시설된 구간은 차량뿐만 아니라 보도에 보행자도 많아서 보행자를 피해 주행하다보면 울퉁불퉁한 길로 쫓겨나기 마련이다. 보도 가운데에 평평하게 걷기 좋게 만들어 놓은 길이 있는데 어느 누가 그 길을 놔두고 울퉁불퉁한 길을 택해서 걷겠는가.

도로교통법은 자전거를 차로 규정한다. 보도에서 사람과 부딪힐 경우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자전거는 차도로 내려가야 한다. 그래서 이번 도로다이어트와 자전거 전용차로가 의미있는 것이다. 대전시는 대덕대로에 이어 내년 4월까지 계룡로와 한밭대로, 둔산대로 등 3개 구간에 자전거 전용차로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계룡로 구간은 대덕대로와 같이 기존 차로폭을 줄여 1.8m 너비로 추진할 예정이고 한밭대로와 둔산대로는 인도 폭이 넓어 보도와 병행 설치한다고 한다. 부디 전시행정이 아닌 진정한 자전거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한걸음 한걸음이 되길 바란다. 아이들에게 마음껏 내달려 보라고 말할 수 있는 자전거길을 만들어줘야 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