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 전의 일이다.

충남도가 개도(開道) 100주년을 맞아 충남을 빛낸 인물 100명을 선정하는 작업을 했다. 정치, 문화, 예술, 기업, 군인 등 각 분야에 걸쳐 100명을 선정하는 것인데 충남도 실무팀은 해당인사를 방문하여 필요한 자료를 보완했다.

그 가운데 A 씨를 찾아간 실무팀은 크게 당황했다. A 씨가 '나는 충남사람이 아니다'고 나온 것이다. 실무팀은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 후 A 씨는 정치에 뛰어들었다. 이때부터 그는 '충남인'으로 돌변 하였다.

오래 전 충남의 고위직에 있던 B씨는 중앙의 막강한 권력의 자리로 승승장구했다. 그는 충남에서 따뜻한 대접을 받았고 너무 감격하여 '나는 충남을 고향으로 생각하고 은퇴 후에는 충남에 살겠다'고 했다. 그러나 B 씨는 지금 서울에서 살고 있다. 그때의 언약은 지나간 수사(修辭)에 불과했음인데 ….

제3공화국 시절 W 씨가 중앙으로부터 낙하산 공천을 받아 대전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그때 상대방 후보자가 W 씨를 공격한 내용이 생각난다.

"그는 충청도 땅에 오줌 한 번도 안눈 사람입니다. 그래도 그를 충청도사람이라고 하겠습니까?"그러자 "옳소!"소리가 터져 나왔다.

결국 W 씨는 낙선했다. '오줌'이란 뜻은 농부들이 오줌을 모아 밭이 에 거름(비료)를 주듯 지역을 위해 정성을 쏟는 것을 상징한 말이다.

요즘 충청도가 새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충청도 총리파동'에서부터 시작하여 '세종시 변질 시비'에 이르기까지 그 중심에는 언제나 충청도가 있다. 그리고 이참에 덕 좀 보자는 얄팍한 정치인도 있다. 정말 그들은 충청도에 오줌을 주고 눈물과 땀을 바쳐 입으로가 아니라 영혼으로 충청도를 위해 가시밭길도 마다 않고 살았는가? 표를 위해서, 오직 표를 얻기 위해 충청도를 팔지는 않았는가? 충청북도 청원군 일부가 세종시법에 포함되는 것에 충북이 강하게 반발하고 국회통과가 벽에 부딪쳤을 때 그들은 어디에 있었으며 조정의 역할에 나서 봤는가?

그러고도 국회에서 이 법의 처리가 뒤로 밀리자 벌집 쑤셔놓은 듯 여당, 야당 서로 '네탓'공세를 폈다. 오줌 한 번 안 눈 사람들일수록 목소리가 더 컸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의 외침은 에너지 역할을 못한다. 그래서 힘의 집중도 없고 뜨거운 감동으로 이어지지도 못한다.

지금이라도 진정 세종시를 위해 사심을 버리고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람들은 정당이나 단체를 초월하여 계급장도 떼고 한 테이블에 모여 앉아 토론을 하자. 오직 명제(命題)는 '충청도'와 '세종시'뿐, 다른 아무 옷도 입히지 말고…. 그렇게 밤을 새워서라도 토론하고 왜 행정도시가 원안대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경솔한 '말뚝'론을 물리칠 강력한 논리없이 각 정당마다 목소리가 다르고 각 단체마다 주장이 다르면 안된다. 오직 한 목소리를 낼 때 힘이 생긴다. 어떻게 하는 것이, 그리고 무엇을 해야 세종시를 살리고 분노한 충청인의 소외감을 달랠 수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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