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올해 시작과 함께 휘발유와 경유 등 모든 석유 연료에 붙는 유류세가 10% 올랐다. 정확히 말하면 지난해 3월 서민들의 기름 값 인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연말까지 한시 인하했던 유류세가 원상복귀된 것. 그러나 대부분의 서민들은 ‘올랐다’는 느낌만이 들뿐이다.

실제 이번 유류세 원상회복만으로 휘발유 1ℓ당 80원 이상 오르게 된다. 그런데 지난해 유류세를 내렸을 때 휘발유 값도 80원씩이나 내렸나. 사람들의 기억에는 기껏해야 ℓ당 20~30원 반짝 내리는 시늉만 한 뒤 곧바로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았다.

지난해 7월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했을 때 국내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값은 ℓ당 2000원에 육박했고, 정유사들은 수입단가에 따른 불가피한 인상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맞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유가가 올라가는 것을 당연히 가계에 전가하지 않으면 안된다(같은 달 31일 국민통합포럼 세미나)”고 발언하는 등 정부와 정유사가 마치 상부상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국제유가는 불과 5개월 만에 100달러 이상 급락세를 타며 지난달에는 최고점 대비 70% 이상 떨어진 배럴당 30달러대로 내렸지만 실제 판매되는 기름 값은 환율을 핑계로 즉각 반응하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가 최고치로 치솟던 지난해 5~7월 원·달러 환율이 1020원대였던 것과 비교해 보면 현재 판매되는 기름 값은 아직도 한참을 더 내려야 한다.

그러나 정유사들은 오히려 최근 중동사태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불과(?) 4~5달러 오른 것을 빌미로 재빠르게 가격 인상을 준비 중이라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여기에 정부도 종부세 감소에 따른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유류할당관세 인상을 추진 중이다.

“유가환급금 얼마 쥐어주고는 더럽게도 뜯어간다”는 어떤이의 푸념처럼 정부와 정유사의 조삼모사에 국민들만 앉은 채로 놀아나는 꼴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