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호범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세계경제의 동맥경화에 가정경제도 파탄날 지경이다. 며칠 전 10년 넘게 고생해 새 집으로 이사가려던 친구 하나가 이사를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올 초만해도 집을 리모델링하는데 2000만 원을 투자해 몇십 년을 살 보금자리를 꿈꿨던 친구가 원자재 값과 인건비, 각종 부대비용 등의 상승으로 불과 몇 개월만에 이 비용이 4000만 원에 육박, 사실상 이사하기 어렵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늦장가를 꿈꿨던 또 다른 친구 녀석도 최근 펀드가 반토막나자 장가가긴 글렀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결혼자금을 펀드에 올인한 것도 문제였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낼모레 40살인 그 친구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돈을 모으기는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장밋빛 미래만 있다고 꿈을 가지라 한다.

꿈도 현실을 반영하는 일종의 자각현상임에도 현실을 떠난 꿈만 꾸라니 도데체 무슨 꿈을 꾸어야 할까.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꿈이 있어 좋겠다. 경제부총리 꿈이 솔솔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올해도 올해지만 내년이 더 걱정이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지면서 중소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은 한숨만 짓고 있다.

며칠 전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 시 소상공인들의 경영수익은 직원으로 종사하는 가족들의 인건비도 못 건진다는 응답이 전체의 73.3%를 차지했다 한다. 쌀 직불금으로 은폐할 경제상황이 아니다. 건설업과 은행권에 자구책없는 자금투입이 가정경제를 살리지 못한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전략으로 적자에 허덕이는 가정경제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정부관료들의 회피성 발언보다 새 집에 기분좋게 입주할 수 있는 정책, 맘 놓고 장가갈 수 있는 좀 더 실질직이고 가정을 지킬 수 있는 정책들이 생산되는 꿈이라도 꿔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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