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열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 총무과장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표시하는 모양을 가만히 보면 지게에 작대기를 받쳐 놓은 생각이 든다.

혹시 지게와 작대기를 아시는지요?

시골에서 살고 있거나 살았던 사람들은 아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요즘은 땔감의 필요성이 없거나 트랙터 같은 기계장치가 있어 지게 사용을 많이 하지는 않는 것 같다.

과거 시골에서 자랄 때 어느 정도 몸집이 커져서 지게 질 정도가 되면 선물 아닌 선물로 지게를 만들어 주는 아버지도 있었다.

그래도 자기 몸집에 알맞은 지게를 만들어 줄 정도면 형편이 좀 나았겠다.

대부분 아버지나 형이 쓰던 큰 지게를 지고 산이나 들로 나갈라 치면 지게가 너무 커서 돌부리에 걸리거나 땅에 닿지 않도록 허리가 바짝 굽혀지곤 했다.

그런데 지게에 없어서는 안 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작대기다.

작대기는 용도가 참 많다. 무거운 짐을 지고 가다가 힘들면 경사진 적당한 곳을 찾아 지게를 내려 넘어지지 않도록 작대기로 받쳐 놓고 잠시 쉰다.

또 작대기는 논두렁, 밭두렁, 좁은 외길을 갈 때 넘어지지 않도록 지지대 역할을 하고 여름철 풀잎에 맺힌 이슬을 털어 옷이 젖지 않게 사용되기도 한다.

위협적인 사람이나 동물, 파충류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없어서는 안 될 방어도구이면서 공격 도구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정형편상 학업을 중단하거나 도시 생활을 그리워하면서도 농촌을 떠나지 못하는 젊은 청년의 애환을 달래는 노래를 부를 때 없어서는 안 될 박자 맞춤 도구이기도 했다.

이제는 그 작대기를 많이 볼 수 없지만 국민들은 매 선거 시마다 모양은 달라도 작지만 큰 의미의 기표봉이라는 작은 작대기 하나씩이 주어진다.

기표봉을 어떤 의미의 작대기로 사용할지는 유권자의 몫이지만 어떻게 사용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진다. 작대기를 잘못 사용하면 넘어지듯이 어떤 후보자가 우리의 미래를 짊어지고 꿈을 이룰 수 있는지 정책과 비전을 보고 기표봉을 소중하게 사용해야겠다.

3월 9일이면 대통령선거가 실시된다. 겨우내 힘든 시기를 보내고 모든 생명력이 희망의 싹을 띄우듯이 이번 봄 작은 작대기로 희망의 씨앗을 뿌려보는 것이 어떨까?

‘투표일’ 우리의 미래와 희망을 가득 담은 기표 용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결정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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