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우석대학교 명예교수

대통령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네거티브 공방으로 인해 후보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보니 국민의 관심도 어떤 공약이 발표될 것인가라는 기대보다는 오늘은 또 무슨 폭탄(로)이 터질지에 촉각을 세우는 이상한 선거전이 돼버렸다.

원래 선거라는 것은 마을 노인회장 선거도 상대방 흠집도 잡고, 공연한 시비도 걸며, 지지자들 간에는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언성도 높이기에 대선에서 품격을 기대한다는 것이 무리인 줄 알지만, 상대 후보에 대한 치졸한 폭로전이나 흑색선전만이 난무하니 유권자들, 아니 국민들 정치 수준까지도 싸잡아 평가 절하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결국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과 부담은 유권자, 전 국민이 나누어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후회 없는 현명한 선택을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매의 눈으로 지켜보며 따져야 한다.

우리는 기나긴 인생 여정에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선택의 잘 잘못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선택에는 결혼이나 직업 선택과 같은 사적인 선택도 있지만 공적인 선택도 있다. 민주사회에서는 대부분의 공적 선택은 투표로 이루어진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나 마을 회관의 위치를 정하는 일에서부터 대통령을 뽑고, 헌법을 바꾸는 일에 이르기까지 투표라는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이 선택에 있어서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이해관계, 즉 자신에게 미칠 유·불리에 따라 기준이 정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결국은 공적 선택도 사적 선택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내려진 선택들이 모여 투표 결과가 되고 그에 따라 국가와 국민의 명운이 좌우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선택의 첫 단계로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선거에서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는 인물, 정당, 정책(공약)이다. 이 중에서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와 나 자신의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정책, 즉 공약이라고 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가장 뒷전으로 밀려나고, 이 보다는 인물, 그것도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약속을 제대로 지킬지에 대한 검증보다는 네거티브 쪽으로만 치우친 감성적 요인들이 판세를 좌우해온 것이 정치의 현실이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본다면 이번 대선의 특징은 인물보다는 차라리 공약에 집중하여 꼼꼼하게 따져보는 정책 선거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낙관적 전망을 해보기도 한다.

이해관계를 떠나 대의를 위해서 공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우리 모두의 속성이라 하더라도 이해관계 속에 포함되어 있는 선심성 포퓰리즘 등의 감성적 요인과 국가의 미래가 달린 이성적 요인은 구분하여 기준을 설정하는 안목은 갖추어야 한다. 최선을 찾되 아니면 차선이라도 찾아서 국민의 권리를 적극 행사해야 하는 것이 선택 2022의 최우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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