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흥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설날 명절 휴일을 보내고 나니 아파트 한쪽 재활용폐기장은 버리는 쓰레기로 넘쳐 났다.

선물 포장재와 배달한 음식물 포장재였고, 살펴보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이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었다. 작은 제품에 몇 번씩 포장돼 있는 포장재의 편리성을 제공한 막대한 양의 플라스틱은 서서히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다용박사팀은 최근 연구에서 플라스틱이 분해된 초미세플라스틱이 모유 수유를 통해 뇌 조직 등 자손의 여러 장기에 축적된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많은 양의 초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될 경우 자손의 뇌 발달 이상까지 촉발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처음 확인한 것이다.

무섭지 않는가? 플라스틱이 마모되거나 태양광 분해 등에 의해 잘게 부서지며 생성되는 초미세플라스틱은 통상 1μm(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5mm의 플라스틱을 일컫는다. 크기가 작아 하수처리시설 등에 걸러지지 않고 바다와 하천으로 유입된다. 이를 먹이로 오인한 물고기가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다시 인간이 이 물고기를 먹는 악순환은 현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대규모로 진행 중이다. 플라스틱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임이 틀림없으나 플라스틱 생산과 활용은 다음과 같은 2가지 인류에게 재앙에 가까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먼저, 많은 양의 플라스틱이 토양과 바다에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것이다.

미국 조지아 대학교가 이끄는 연구팀의 2017년 발표에 의하면 1950년대부터 대량으로 생산된 플라스틱은 2015년까지 누적 83억t이고 이 중 63억t이 쓰레기가 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쓰레기 중 9%만이 재활용되고 12%는 소각됐으며 79%는 토양과 바다에 매립되거나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2050년도까지 누적생산량이 340억t에 달하고 이중 120억t은 버려져 지속적으로 토양과 해양으로 유입된다는 것이다. 멀지 않아 청정바다는 물 반 플라스틱 반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 플라스틱은 99% 화석연료로 만들어지고, 석유 및 가스 추출·정제, 분해, 소각 전 단계에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을 위해 화석연료의 탄화수소를 추출하고 정제하는 과정에서 최대 118백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 이는 2020년 기준 우리 나라 58개 석탄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량의 약 70%에 달한다고 한다. 이제껏 플라스틱이 바다 오염과 기후변화 주범인 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그 유해성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돼 있지 않았고 경제적으로 우리 나라는 플라스틱 생산국에 속하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자거나 활용을 줄이자고 논의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2020년 기준 전세계적으로 연간 4.6억t의 플라스틱이 제조 생산되고 있고,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는 이중 51%를 생산하고 있다. 제조생산해 수출하는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한다면 생산자체를 줄일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플라스틱의 역습은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의 인한 펜데믹 상태와 다르지 않다. 플라스틱 펜데믹 시대임을 깨달아야 한다. 불행이도 백신도 없고 예방과 치료제는 더더욱 없다.

어떻게 플라스틱 펜데믹에 대응해야 할 것인가? 유럽연합(EU)은 발 빠르게 플라스틱 펜데믹에 대응하고 있다. EU는 지난해 3월11일,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단계부터 재활용까지 고려하는 신순환경제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제조→활용→폐기‘ 등 기존의 선형경제에서 ‘생산→소비→폐기물 관리→재활용’으로 구성된 순환경제를 구축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역내 산업경쟁력을 제고한다는 전략이다. 비OECD 회원국에 유해 폐플라스틱 수출을 금지하는 폐기물 선적 규정(EC 1013/2006) 개정안을 발표(2020년)와 재활용이 불가능한 포장재 플라스틱 폐기물에 kg당 0.8유로를 부과하는 플라스틱세 시행(2021년)은 EU가 얼마나 절실하게 플라스틱 펜데믹에 대응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는 제품 구매를 지향하는 그린슈머(Greensumer)들의 등장으로 친환경 포장재를 선호하는 소비패턴의 증가는 뚜렷하다. 우리도 플라스틱 펜데믹에 대응을 시작했으나 속도를 높여야 한다. 기술혁신을 통해 생분해성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대전환하는 산업전략을 세우고 실천하며, 포장재를 줄이는 일은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생수병에 붙어 있는 비닐를 제거하기로 한 것은 우리도 할 수 있음을 보인 것이고 1회용 컵을 텀블러로 대신하는 소비자 운동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보자는 사회적 합의에 해당하기 때문에 매우 의미가 있다. 우리 정부도 2050 탄소중립 계획을 선언하며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세계적 흐름에 적극 동참할 것을 천명하고 기후 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까지 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플라스틱 펜데믹이 이미 심각한 상황인 것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비 없이 엄습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허둥지둥 대지 말고 지금부터 대비할 때다. 미세플라스틱 독성을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경고에 귀를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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