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 청주시 흥덕구 지적재조사팀장

우연히 예전에 적어둔 일기장을 펼치게 되었다. 2003년부터 매일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상의 변화와 생각을 적어둔 기록이다. 그중 2011년도에 ‘청주시에 바란다’에 올라온 불만 민원인의 답변 글로 10여년이 지난 글이지만 여전히 필자에게는 반성과 용기를 주는 글이라 소개하고자 한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주민께 정중하게 사과드립니다. ○○○님이 우리 동을 방문하여 저의 업무 미흡으로 신속하고 친절하게 민원처리를 해드리지 못한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의 민원업무처리에 대한 문제점을 잘 지적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늘 반복되는 민원업무를 처리하는 관계로 저도 모르게 고정관념과 매너리즘에 빠져 ○○○주민뿐만 아니라 우리 동을 방문하신 민원인이 불쾌감 느끼고 권위적인 모습으로 비친 점을 이번 일로 자성의 길로 삼겠습니다. 그간 민원처리 과정에서 문제점은 없는지 되돌아보고 개선해서 같은 일로 민원인이 불쾌감을 느끼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님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깃드시길 기원합니다. △△동 □□□ 올림’

참으로 솔직하고 진솔한 답변이 아닌가? 예전에 호되게 민원인한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글의 답변인처럼 진솔한 반성이 아닌 임기응변으로 그 자리를 피할 뿐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참으로 예기치 못한 사건을 당할 경우가 있다. 잘한다고 한 것이 나의 발목을 잡을 때도 있고 잘못된 상황이 역으로 나에게 도움을 줄 때도 있다. 답변인은 이번 일로 스스로를 객관적인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업무 특성상 필자는 여러 민원을 응대하다 보니 인간관계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또한, 중견 관리자가 되고 나니 직원들과의 소통도 중요하고 민원발생 시 해결사의 역할도 필요했다. 직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민원 응대도 부드럽게 응대하고 싶었지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었다. 어색한 상황이 되면, 참지 못하고 먼저 말해버리는 필자이기에 상대방에 대한 질문이나 상대가 말하게끔 하지 않는 문제점을 보였다. 데일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서 설득에 성공하는 방법 중 ‘많은 이들이 상대를 설득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말을 못 해서가 아니라 말을 너무 많이 하기 때문이다’라고 서술한 것처럼 필자는 달변가가 되면 사람들이 신뢰할 거라고 오해하였고 상담의 기본인 경청을 잊고 있었다.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하나인 이유는 듣는 것을 말하는 것의 두 배로 하라는 기본적인 덕목인 것이다.

고사 성어 ‘역지사지’처럼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었던 상황인데 항상 그 순간에는 내 입장과 내 감정에만 충실하게 되어 원치 않은 상황을 만들곤 하였다. 내가 좋아 보이는 것은 남들도 좋아 보이고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남들도 하기 싫어하는 일임을 잊지 않길 필자는 이 글을 통해 다짐해 본다. 가끔은 나 스스로를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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