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수 청주시 상당구 세무과 체납징수팀장

‘통하면 아프지 않다’와 ‘아프면 통하지 않는다’라는 이중의 의미를 담고 있는 ‘통즉불통’은 동의보감에 나오는 말이다. 몸이 곧 마음이고 마음이 곧 몸이며, 내 몸과 마음은 우주와 소통해야 병 없이 잘 사는 것이라는 뜻이다.

통하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비우고, 내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성찰하고 배려해야 한다.

또 몸속 에너지의 흐름인 기를 조절하는 것, 즉 감정 조절을 통한 기를 조절하는 것이다. 기를 잘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배려의 기술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자기를 충분히 배려할 수 있어야 비로소 사회적으로 좋은 관계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큰 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 자퇴 후 대안학교를 입학해 홀로 사회에 나섰을 때 몇 달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늦잠과 무료한 생활로 세월을 허비하고 있었다.

그럴 때 부모들의 마음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인내심이 한계에 봉착해 아이들과 설전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한바탕 설전을 하고 나면 후회로 가득 찬 나를 보는 것이다.

아! 아이와 소통 부재로 발생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아이 탓만 하고 나를 돌아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다.

아이도 하나의 인격체이므로 내 소유라는 인식을 지우고, 하나의 영혼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을 해준다면 아이와의 언쟁 횟수를 과감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겨우내 얼어있던 땅바닥을 뚫고 돋아나는 씨앗을 기다리는 것처럼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준다면 아이들은 언젠가 성장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희망의 광장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예전 군대 생활할 때 부대 배치받은 첫날 ‘암구호’ 사건이 발생했다. ‘암구호’란 군대 등 보안이 필요한 단체에서 사용하는 단어 문답에 의한 신호로서, 서로가 같은 구성원임을 인증하기 위해 미리 정해 놓은 문답이다.

예를 들어 ‘화랑’이라고 물으면 ‘담배’라고 대답하는 암구호가 유명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디데이에 연합군이 사용하여 잘 알려진 암구호가 있는데, 이때 사용한 것은 ‘flash’ -‘thunder’이다.

그런데 나는 군대 내무반에서 대기하던 중 바깥에서 인기척이 나자 문쪽으로 달려가 미리 정해 놓은 단어를 말하여야 하는데, 긴장해서 암구호란 단어만 계속 외치고 있었다.

나중에 고참에게 정신 못 차린다고 한바탕 기합을 받고, 졸병 시절 새로운 환경에 주눅이 들어 한동안 소통을 못하고 고생한 때가 엊그제만 같다.

이처럼 서로 간에 소통이 안되면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고 이것으로 인하여 전체 분위기가 애매하고 우울해질 것이다.

내 뜻을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똑같은 말 한마디라도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말 한마디를 이해하는 방식은 각 개인이 살아온 인생이 담겨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우리는 최대한 노력을 할 수 있을 뿐이고 이러한 노력의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갈등은 줄어들고 관계는 좋아질 것이다. 소통은 서로가 노력하고 한발 더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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