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충남교육감

▲ 김지철 충남교육감
▲ 김지철 충남교육감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장림 깊은 골로 대한 짐승이 내려온다. 몸은 얼숭덜숭, 꼬리는 잔뜩 한 발이 넘고, 누에머리 흔들며, 전동 같은 앞다리, 동아같은 뒷발로양 귀 찌어지고 쇠낫같은 발톱으로 잔디뿌리 왕모래를 촤르르르르 흩치며~~~’ 코로나로 힘든 작년 오뉴월에 독특한 음색과 춤으로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의 가사이다.

이날치는 2018년 결성된 7인조 밴드다. 이날치라는 밴드 이름도 그냥 지은 것이 아니라 조선 후기 8명창 중 한명이자 서편제의 대가였던 실존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땄다. '범 내려온다'는 판소리 다섯 마당 중 수궁가의 한 토막을 소재로 삼았다. 토끼 간을 구하러 육지에 올라오느라 기진맥진한 자라가 토끼를 발견하고 '토(兎) 선생'을 부른다는 게 발음이 헛나와 '호(虎) 선생'을 부르는 바람에 산에서 호랑이가 내려오게 된다는, 약간은 재밌고 해학적인 상황을 이날치 특유의 리듬감으로 스피디하게 편곡해서 댄스 그룹 앰비규어스 컴퍼니와 함께 화려하면서도 멋진 음악과 춤을 만들어냈다. 한국관광공사의 ‘Feel the Rhythm of Korea’ 시리즈에 올라 유튜브에서 엄청난 인기를 탄 이 영상은 범이 이제 막 어슬렁 어슬렁 세상으로 내려 올 거 같은 긴장감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신축년(辛丑年)이 가고 임인년(壬寅年)이 얼마 남지 않았다. 소의 해가 아직 열흘정도 남았지만 범의 해를 빨리 맞이하고픈 마음이다. 옛날부터 어떤 안 좋은 일이나 액땜을 할 때 맹수의 왕인 호랑이의 기운으로 화(禍)를 물리쳤다는 어릴 적의 기억 때문이다. 예로부터 호랑이는 신령한 존재로 산군, 산왕, 산신으로 불리며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잡귀와 액을 쫒아내는 동물로 여겨졌다. 용맹함과 두려움의 상징인 호랑이의 해인 2022년은, 지난 2년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이 전염병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한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충남교육청은 올 한 해, 우리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면서 배움이 멈추지 않도록 모든 교직원들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이 시작된 작년, 전국 최초로 ‘어서와! 충남온라인학교’를 시작으로, 지난 2년 동안 부분 등교와 전면 등교를 반복하면서도 유.초.중.고 전체 유아와 학생들의 무상교육과 무상급식을 완성했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청렴문화 정착과 지속적인 학교혁신에 최선을 다했으며, 5개 권역별 진로진학상담센터와 15개 시·군 행복교육지구를 구축했다.

2022년 새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변화 된 새로운 교육환경에 맞게 ‘충남미래교육 2030’을 준비해 디지털 기술과 교육의 결합, 마을과 학교의 협력,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생태환경교육을 중심으로 특정한 학교를 중심으로 특정한 역할을 부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충남의 모든 학교에서 다양한 방식의 미래학교를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충남형 미래교육 통합플랫폼 ‘마주온’을 개발해 운영할 것이다. 학교에서는 마주온의 소통톡을 통해 담임교사와 학생, 학부모, 교직원 간 실시간 소통하고, 수업톡으로 다양한 형태의 수업과 온라인 문서의 모둠별 공동편집도 가능하게 하고, 미래톡으로는 인공지능교육, 환경교육 등 미래교육을 위한 풍성한 수업자료와 영산 컨텐츠가 제공될 예정이다.

얼마 전 치렀던 ‘충남청소년문학상’에서 수상했던 작품들 중,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쓴 ‘심해의 고래’라는 시가 내게 큰 울림을 줬다.

“엄마, 나는 고래예요./ 물에 얽매여 발버둥 치고/ 멀리에 있는 푸르고 깊은 바다를 갈망하는/ 나는 고래예요.”

시의 마지막 구절에 미래를 향해 힘차게 발돋움 하려는 이 학생의 뜨거운 용기와 상상력이 느껴진다. 푸른 심해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고래를 상상하는 이 어린 학생의 담대함과 의지가 충남 미래교육의 힘이다. 한해를 되돌아보며, 충남교육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진심어린 고마움을 전하며 그 분들의 가정에 용맹하고 힘센 호랑이의 기운이 함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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