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묵 대전세종충남 경영자총협회 회장

정치의 계절이 겨울 찬바람처럼 밀려오고 있다.

매번 맞는 겨울 찬바람이지만 지난겨울과의 차이 정도로 대하질 못하고 번번이 호들갑을 떨며 몸을 움츠린다. 우리가 맞는 정치의 계절도 이런 것이 아닐까. 특히 이번 선거는 더욱 요란하고, 지나치게 바람이 심하다는 생각이다.

국민의 모든 삶이 담보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한 나라 대통령의 역할은 전 국민의 삶을 좌지우지 하지만 정치에 신물이 나 누가 되든 똑같다며 정치에 관심을 내려놓는 사람도 있다.

사람의 능력을 살펴보고 일을 맡기는 게 아니라 진영 논리에 갇힌 사고로 목소리를 키우는 사람이나 새로운 사람을 찾는 듯한 바람도 있는 듯하다. 뭔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불안감이 겨울 찬바람처럼 엄습해 온다. 국민을 위한 일꾼을 뽑아야 하는데 모두가 엉뚱한 논리 앞에 무대를 설치하고 그 위에서 흔들어대는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 된 마음도 처량하다.

그 춤사위에 현혹돼 무대 위로 뛰어오르는 무리 또한 지나치게 많음에 불안하기 그지없다.

온 나라가 코로나로 허덕이는데 국민들의 힘겨운 비명 소리는 춤을 부추기는 음악에 묻혀 버렸다.

대나무가 곧게 자라는 것은 마디가 있기 때문이다.

마디가 없다면 대나무는 진즉에 땅에 엎드려 있을 것이다.

대나무가 하늘로 곧게 오르는 것은 마디를 형성함으로써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고 개선하는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홀수를 양(陽)이라 인식하고 같은 양이 모인 날은 명절로 정하고 삶에 쉼표를 넣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성찰했다.

선거 역시 일정한 기간을 두고 반복되는 성찰의 기회가 아닐까.

하나의 마디를 형성해 줌으로써 지난 정치를 판단해 보고, 개선의 기회를 갖는 것이 아닐까.

이 성찰의 기회를 진영 논리나 힘의 논리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상대를 무조건 잘못했다고 비난할 게 아니라 잘된 것은 칭찬해 계승하고, 잘못된 것은 다 같이 바로잡는 기회로 삼으면 될 일이다.

무조건 나만 옳고, 상대는 그르다는 인식부터 버려야 한다.

정치인들은 권력만 쥐면 그동안의 허물은 씻은 듯이 사라지고 온갖 힘을 부여받게 된다는 망상과 권력을 놓치면 바로 죽음이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다. 이런 사고 때문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거에서 이기려고 야단이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다면 지금과 같은 행동을 계속할 수 있을지 한 번쯤 자신에게 되물어 봐야 한다.

선거를 또 하나의 매듭을 이루는 시기로 여기고, 지난 정치를 되돌아보면서 보다 나은 국가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을 위해 나섰다는 사람들이 상대방의 허물이나 후벼 파고, 선거기간 내내 상대를 몰아세우는 일에 전념할 일일까.

우리는 다시 정치의 계절을 맞으며 누가 상대 후보의 흠결을 잘 찾아내 국민 앞에 까발리는지 지켜보려는 게 아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발전할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 각 개인의 삶의 질이다.

국민들의 삶을 담보해 엉뚱한 춤사위판으로 만들지 말고 조용히 하나의 매듭을 형성하는 기분으로 성찰의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 국민은 현란한 춤사위를 갈망하지 않는다. 조용히 현재의 삶을 이어가길 소망하고 있고,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이 꿈을 키우게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되돌아보는 성찰의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 대한민국은 내 조국이고, 우리의 후손이 살아갈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느닷없이 찾아온 겨울바람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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