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옥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남미옥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남미옥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우리나라 농촌지역은 이미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었다. 주민 대부분이 70, 80대이며 독거 혹은 노인부부가 단독으로 산다. 더불어 거주 환경은 점차 열악해지고 있으며 마을마다 소소한 생필품을 팔던 구멍가게마저 없어지고 약국도 버스를 타고 나가야 되는 상황이다. 보건지소가 인근의 유일한 보건복지시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인구는 줄고 거주 환경은 점차 더 열악해지고 있어 이대로 가면 지역 소멸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농촌 거주 어르신 대부분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환경의 불편함보다 추위다. 겨울나기가 제일 어렵다고 한다. 이는 도시의 오래된 주택에 거주하는 어르신들도 마찬가지이다. 거주하고 있는 3,40년이 지난 노후 주택이 단열이 되지 않아 집안에서도 손, 발이 시린 상황이다. 벽이 기울거나 천정이 일부 내려앉는 등 위험한 집도 많다. 주거개선사업 등을 통해 창문과 출입문에 방한 비닐을 쳐서 겨울바람을 막아보지만 '추위가 뼛 속까지 스며든다'고 어르신들은 말한다. 또한 대부분 어르신들이 기름 값 아끼려고 난방을 틀지 않고 전기장판이나 작은 난로로 겨울을 나 화재의 위험에 노출되어있기도 하다. 오래된 주택이라 전기선이 낡고 차단기도 설치되지 않아 합선이나 누전의 위험도 있다. 또한 노인들이라 안전수칙도 모른 채 오래된 가전제품을 그냥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홀로 생활하는 다수의 노인들이 위험한 환경에서 위태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인구 고령화에 대응하는 노인복지정책으로 지역사회통합 돌봄 정책을 수립했다. 노인의 일상생활유지 능력이 떨어지고 건강이 나빠져도 오랫동안 살아온 익숙한 환경에서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것(Aging in Place)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노인들이 거주하던 곳에서 편안하고 안정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주거문제가 가장 먼저 개선돼야 한다. 주택을 노인 친화적으로 개량하고 지역중심으로 단계별 다양한 돌봄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 지원해야 한다. 지금까지 해온 노후주택 개량사업 등 부분적인 주거지원 서비스로 노인주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고령자 전용주택이나 노인공동주택 등 노인들이 함께 생활하며 식사, 청소, 세탁 등의 생활서비스와 의료, 복약 등의 보건서비스가 지원되는 크고 작은 노인공동체 마련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노후된 주택이 대부분인 구도심의 도시재생 계획에 노인들을 위한 노인공동주택, 노인주거 커뮤니티 조성 등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지금 노인주거지원 정책이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

흘러가는 세월을 이길 장사는 없고, 늙는 것은 죄가 아니다. 누구나 늙고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힘든 시기가 오게 된다. 신체와 정신이 모두 노쇠해가는 노인들이 스스로 늙는 것이 죄가 되고 짐이 된다고 생각하게 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제시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노인들에게 현재 거주하는 공간을 중심으로 안전하고 편안한 주거공간을 마련하여 제공하고 일상생활 돌봄 지원을 강화하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인들이 인생의 황혼기에 안전하고 따스한 공간에서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국가와 지역사회, 후배 시민들은 그 책무를 다해야 한다. 이것은 앞으로 우리에게도 닥쳐올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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