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1982년 가수 이용이 불러서 국민적으로 인기를 얻었던 ‘잊혀진 계절’의 첫 소절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낯선 세상이 우리의 삶을 헤집어 놓은 지 어느덧 두 해가 되어간다. 처음에는 나라마다 이 갑작스러운 감염병에 속수무책이었지만 이제는 예방접종으로 인해 확산율도 떨어지고 중증, 사망자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끝은 아니다. 오히려 코로나와 함께 하는 일상으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 한다.
시월은 일 년 중에서도 가장 바쁜 달이다. 한 해 농사를 거두워야 하는 농부, 내년 계획을 세워야 하는 직장인, 수능을 한 달여 앞둔 고3 수험생 등 한 해를 매듭짓고 이듬해를 준비하는 말 그대로 '결실의 달'이다.
또한 10월은 문화의 달이기도 하다. 백범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김구 선생의 바람처럼 어느덧 우리 문화는 드라마, 음악, 영화 등등에서 한류라는 이름으로 당당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BTS, 기생충, 미나리가 전 세계를 놀라게 하더니 넷플릭스를 통한 오징어게임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문화적 힘이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도 일찍부터 문화·체육에 힘을 쏟았다. 일례로 1972년부터 시작된 문화의 달 행사는 해마다 10월을 문화의 달로 정하고, 각종 문화 예술 진흥을 위한 여러 가지 행사를 한다. 50주년이 되는 올해 행사는 '2021 대한민국 문화의 달'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16일 내포서 개막했다. 이 행사에서는 조선 초기 서산 출신 천문학자인 류방택이 제작한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를 주제로 선조들의 천문학에 대한 관심을 재조명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하늘의 별자리를 목성의 위치에 따라 12차로 나누고, 달의 위치에 따라 28수로 나누어 차례대로 배열한 천문도인데, 이 석각 천문도는 중국의 '순우천무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됐으며, 별빛의 세기에 따라 별의 크기를 표현한 유일한 천문도라고 한다.
600여 년 전 이렇게 정교한 천문지도를 제작했다니 그 열정과 노력이 놀라울 뿐이다.
우리 충남교육청도 미래의 문화시민들을 키우기 위해 해마다 많은 문화행사를 10월에 집중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10월 9일 한글날 '우리말 우리글 꿈잔치'를 시작으로 제23회 충남학생연극축제, 학생음악축제, 중·고등학생 온라인 미술축제, 제5회 충남청소년 문학상 출판기념식, 제3회 충남 학생단편영화제 등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지키면서도 다양한 형태의 행사가 진행 중이다.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는 충남청소년문학상은 중·고생 159명이 339편의 작품을 응모했다. 특히 이번에는 학교 밖 청소년까지 참여의 폭을 넓혔다. 제3회 학생단편영화제는 초·중등 각 20여 편씩 총 40여 편의 단편영화가 제작돼 심사를 거쳐 우수작들은 내포의 영화관을 빌려서 상영할 예정이다.
또 내년 3월부터 전국 최초로 도내 184개 모든 중학교에서 1학생 1전통음악교육을 실시한다. 서양악기만이 아닌 단소나 해금 등 우리 전통악기 연주를 통해 학생들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심어주고자 한다.
충남교육청은 지난 몇 년 동안 역사교육과 민주시민교육 통해 바른 역사의식을 가진 민주 시민 육성에 힘써 왔고, 올해부터 환경, 생태교육을 기반으로 지구의 미래를 지키는 환경지킴이들을 키우기에 힘쓰고 있다. 내년에는 예·체능교육을 통한 전인교육에 더욱 힘을 쏟을 것이다. 그래서 김구 선생의 바람처럼 바른 인성을 가진 충남의 문화인(文化人)들을 무럭무럭 길러낼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충남을 넘어 대한민국으로, 세계로 마음껏 뛰어다니는 전사(戰士)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