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옥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코로나 장기화로 우울한 요즈음이다. 최근 우리 지역의 우울한 뉴스 중 하나는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진 갓난아기 소식이다. 이런 소식을 접하게 될 때마다 사회안전망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 사회가 다양한 방법으로 공적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사회의 이슈가 될 정도로 심각한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와 함께 몰아친 급속한 변화의 물결은 예측하기 힘든 복지환경을 만들고 있다. 소비문화를 비롯하여 성 인식, 결혼관 등 생활 전반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고 있고 가족의 형태도 1인 세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가족, 이웃 중심의 개인적인 관계나 지지체계는 급격하게 약화하고 개인의 어려움과 결핍의 문제는 공적인 영역에서 해결해야 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래서 시민에게 안정되고 인간다운 삶을 지원하는 복지국가의 필요성은 더 부각되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로 인한 사건 사고는 잊힐 만하면 신문 지상에 등장한다. '방배동 모자 사건'처럼 공공의 영역에 진입했으나 안전망에서 벗어난 사례, '세 모녀 사건'처럼 도움 요청이 어려워 공공 서비스의 문턱을 넘지 못하여 발생했던 사례 등은 사후약방문이 되었지만 복지 사각지대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2016년부터 도입된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은 건강보험료, 전기료, 공공주택 임차료 등의 체납 정보를 바탕으로 위기가구를 걸러낸다. 하지만 이미 수급자로 선정되어 있으면 1차적으로 배제되고, 위기가구로 분류되어도 방문 인력의 부족으로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복지 사각지대를 만드는 또 다른 문제는 부양의무기준이다. '방배동 모자사건' 이후 주거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없어졌고, 올해 10월부터는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도 사라진다. 하지만 의료급여의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언제 철폐될지 미지수이다. 각자의 삶을 꾸리기도 힘겹거나 관계가 단절된 채 살아온 가족들은 대부분 부양의무를 지킬 의사가 없다. 공공의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위기에 처한 이들은 대부분 사각지대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서비스는 국가제도이다. 제도는 기준과 틀을 갖추고 그 기준에 적합한 사람에게 제공된다. 또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에 개별성, 유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맞춤형 복지를 추구하고 있지만 정확하게 모든 이에게 맞춤이 되기는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세상이 변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취약계층 문제와 좀 더 개별적이고 다양한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청소년 임신과 출산 등 원치 않는 임신, 출산의 경우다. 환경적, 경제적으로 엄마가 될 준비가 되지 않은 젊은 여성이 보호하고 지원해줄 제도가 미비한 우리사회에서 홀로 아이를 낳는 것은 엄청난 위기상황이다. 이러한 '위기출산'은 산모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게 된다. 태어난 아이가 처하게 되는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

제도와 정책이 사회의 변화를 즉시 따라잡기는 어렵다. 하지만 복지 관련 정책은 변화에 민감해야 하고 적극적으로 변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든 시민이 건강하고 보호받는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는 보장해야 한다. 최대한의 복지안전망을 갖추어 모든 국민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힘들고 비참한 삶을 살아가지 않는 복지 대한민국을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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