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묵 대전세종충남 경영자총협회 회장

코로나19 팬데믹이 온 지구를 삼키다시피 하고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견디는 방법과 퇴치의 길도 나오려니 기대했는데 그 끝은 전혀 보이지 않고, 사람들은 재난 앞에 속수무책이다.

하지만 가치관의 변화까지 요구하는 현실 앞에서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슬기를 발휘한다.

이번 재난을 겪으면서 우리 민족이 우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백신의 수급에 서운함이 있었어도 불만보다는 정부 방침을 따르고, 대부분 사회적 거리두기에 철저히 동참했다.

이는 ‘나’보다 ‘우리’를 먼저 챙기는 공동체 의식이 투철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역경 속에서도 나라를 걱정하고, 내 아픔보다 이웃의 아픔을 먼저 챙기던 게 우리 민족이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확연히 드러나는 것으로 반만년 역사 속에서 여러 차례 외침을 당한 우리는 꿋꿋하게 버텨냈다.

이 힘은 민간인들의 동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앞치마에 돌을 담아 나른 부인네들의 노력과 의병들의 힘이 보태져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

또 외환 위기 때는 장롱 속에 넣어두었던 금붙이를 꺼내 ‘금 모으기’로 난세를 견뎌냈다.

이 모두가 나 하나의 안녕과 행복만을 추구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난세에서 내가 힘을 보탤 일이 무엇인가를 찾는 우리 민족의 슬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에 허덕이고 있다.

이웃사촌을 만날 수 없고, 경제활동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경제활동이 불가하니 집안 살림이 말이 아니다.

누구는 낫고, 누구는 못 한 것이 아니고,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같은 처지에서 힘겨워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된 상황에서도 불만은 그리 크지 않다.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냐고 투덜대는 사람도 없고, 백신이 부족해 접종이 미루어져도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

수급은 정부가 할 일이니 당연히 조치해 주겠지 느긋하게 기다린다.

내가 해야 할 일만 하고, 그 뒤의 상황은 조용히 받아들이는 참으로 양순하고 슬기로운 민족이다.

뒤늦은 가을장마로 밤잠을 앗아가던 열대야도 물러가고, 여기저기 가을 풀벌레 소리가 요란하다.

한없이 막막하던 우리에게 풍요로운 가을은 어김없이 찾아올 것이다.

갖은 역경 속에서 하루하루를 슬기로 살아가는 2021년 여름의 끝자락.

코로나의 긴 터널은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데, 저 멀리 추석 명절은 어릿어릿 다가서고 있다.

누구에게나 한결같이 풍요로워야 할 한가위 명절.

멈춰진 경제로 모두가 어렵다 해도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

콩 한쪽도 나눠 먹는 민족이지만 너무도 어려운 시국이라 조바심이 이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 명절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소외된 사람들이 어려움을 혼자 감당하게 두지 말았으면 한다.

다 같이 어려워도 조금씩 쪼개 함께 나누는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게 대한민국 국민 된 자의 살아가는 모습이다.

올해는 다른 해와 달리 추석 아침에 송편을 맛보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우울하다.

한 줌 더 마련해 이웃과 함께 풍요를 즐겼으면 하고 작은 소망을 가져 본다.

이웃을 배려하고 매사에 남 탓보다는 내 탓을 먼저 하는 삶의 태도는 우리만이 가진 아름다운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이런 민족의 지혜를 계속 간직했으면 좋겠다.

이것만이라도 소중히 지키며 배려하는 마음의 꽃이 핀다면 2021년 신축년 추석도 풍요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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