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2년 전, 7월 2일을 기억한다. 그날은 월요일이었고 취임식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며칠간 이어진 장마철 호우로 관내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취임식을 취소하고 달려간 곳은 지반이 침하된 월평동 싱크홀 현장이었다. 빠른 복구와 안전조치를 지시하고 도마동 축대 붕괴 현장으로 이동했다. 오후에는 장안동 장애인 거주 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벌인 후 기성지역 농작물 피해 위험지역을 점검했다.

민선 7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취임식 대신 호우 피해 현장을 점검하는 것으로 임기 첫날을 보냈다. 피해 현장을 보며 비에 젖은 날씨만큼이나 마음도 눅눅하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밝은 햇살도 보았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철저하게 점검해 달라”면서도 일단 피해 복구에 주력하자고 오히려 나를 격려했다. 축하 꽃다발은 없었지만, 앞으로 4년 임기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각오를 다지게 해주는 뜻깊은 하루였다. 그때는 몰랐는데 그때 내린 비는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일종의 회초리였다.

7월부터 민선 7기 후반기가 시작됐다. 공교롭게 전반기 시작할 때와 비슷하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을 겪었다. 전반기 성과와 한계를 살펴보고 후반기 도약을 위해 신발 끈을 조여 매는 기회를 가져야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코로나19는 산발적인 지역사회 집단감염 조짐을 보이며 여전히 우리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계획했던 성과보고회 등을 취소하고 코로나19 차단 총력전으로 후반기를 시작했다.

꽃다발 대신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에 직면하고 있지만, 임기 시작 때와 마찬가지로 절망 대신 희망을 본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위기가 닥치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국난극복의 유전자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보여준 시민의식과 민선 7기 전반기 동안 함께 서구를 함께 이끌어온 시민의식은 본질적으로 같다.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지난 2년이기에 앞으로의 2년도 두렵지 않다.

지난 2년 동안 서구는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사업 규모와 내용은 달라도 ‘행복동행 대전서구’라는 하나의 비전과 목표를 향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각종 공모사업, 대외수상에서도 역대 최고 수준의 성과를 냈으며, 특히 민선 7기 공약이행 평가에서 5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민선 7기도 절반이 지났다. 마라톤에 비유하면 42.195㎞의 반환점을 돈 셈이다. 마라톤을 하다 보면 임계점에 이르러 걷고 싶은 순간에 직면한다. 그 위기를 넘어서면 근육과 심장은 달리기에 최적화되어 아무리 달려도 힘든 줄 모르는 순간이 온다고 한다. 지난 2년 걷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쉼 없이 달려 여기까지 왔다. 남은 절반도 달릴 것이다. 임계점을 넘어 결승선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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