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 5대3 … 절묘한 선택, 민주, 청주 4곳+중부3군 차지
통합, 충주·제천단양 등 승기…상당·서원 접전 끝 민주 패권
민주바람에 대전·세종 싹쓸이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청주권의 상당, 서원, 흥덕, 청원 4곳을 모두 석권하고 증평·진천·음성에까지 깃발을 꽂으며 미래통합당을 상대로 '5대 3'의 성적표를 작성했다. 민주당이 19~20대 총선 당시 통합당 계열의 정당에 잇따라 패했으나 4·15 총선을 통해 과반 이상을 획득하며 충북지역에서 승리한 것이다.

특히 이번 총선은 보·혁 간 5번째 대결이었다. 17~20대 총선에서 2대 2의 승패를 주고 받으며 팽팽한 대치전선을 형성했고 결국 혁신세력이 승리의 매듭을 묶었다. 그러나 민주당과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전국에서 각 163석, 각 17석을 획득해 무려 180석(총 300석)의 압승을 거둔 점과 충청권 내 의석수 분포 결과 등에 비춰보면 충북에서는 '힘든 승부'였던 것으로 보인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도내 정치1번지 청주 상당 선거구에서 민주당 정정순 당선인은 4만 5707표(47.09%)를 획득해 4만 2682표(43.97%)에 그친 통합당 윤갑근 후보를 이겼다. 민주당이 19대 이후 정치1번지 탈환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격차는 득표율 3.12%포인트에 불과했다. 서원 역시 '시소게임' 끝에 3.07%포인트란 간발의 차로 승부가 갈렸다. 민주당 이장섭 당선인은 5만 4118표(49.85%)를, 통합당 최현호 후보는 5만 784표(46.78%)를 각각 얻었다.

▲ 21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충북 당선자들이 16일 청주 사직동 충혼탑에서 참배를 했다. 사진 오른쪽부터 정정순 청주 상당 당선자, 도종환 청주 흥덕 당선자, 변재일 청주 청원 당선자, 이장섭 청주 서원 당선자, 임동현 청주10선거구(충북도의원) 당선자. 민주당 충북도당 제공
▲ 21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충북 당선자들이 16일 청주 사직동 충혼탑에서 참배를 했다. 사진 오른쪽부터 정정순 청주 상당 당선자, 도종환 청주 흥덕 당선자, 변재일 청주 청원 당선자, 이장섭 청주 서원 당선자, 임동현 청주10선거구(충북도의원) 당선자. 민주당 충북도당 제공

흥덕, 청원 선거구는 격차가 컸다. 전국 격전지이자 도내 승부처로 꼽혔던 흥덕에서 3선에 도전한 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7만 4900표(55.80%)를 득표했고, 통합당 정우택 후보는 5만 7656표(42.95%)에 머물렀다. 격차는 12.85%포인트에 달했다. 청원 선거구에서는 민주당 변재일 의원이 내리 '5선 고지'를 밟았다. 변 의원은 5만 1028표(52.99%)를 획득한 반면 통합당 김수민 후보는 4만 2776표(44.42%)에 그쳤다. 격차는 8.57%포인트다.

민주당이 청주권 4곳을 모두 쓸어 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청주표심은 민주당에 총선압승을 안겨준 전국민심과는 '궤'를 달리한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청주권에서 강세를 보여왔고 나아가 전국민심이 집권여당에 쏠려 있는 기류에서 상당, 서원 2곳 에서나 '초접전'을 벌이며 청주 4곳을 쉽사리 수중에 넣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민주당 정당계열은 17~18대까지 연거푸 청주권 4곳을 휩쓸었고, 19~20대에서는 서원, 흥덕, 청원 등 3곳을 석권한 바 있다.

비청주권은 4곳 가운데 3곳이나 통합당이 승리했다. 충주 선거구에서 통합당 이종배 의원은 5만 9667표(52.25%)를, 민주당 김경욱 후보는 5만 1290표(44.91%)를 각각 득표했다. 이 의원은 7.3%포인트 격차로 3선 고지를 밟았다. 제천·단양은 통합당 엄태영 당선인이 5만 1174표(54.10%)를 얻어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반면 민주당 이후삼 의원은 4만 2189표(44.60%)의 지지를 받았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으나 개표 초반부터 엄태영 당선인이 앞서 나가며 여유있게 승리했다. 격차는 9.5%포인트다.

보은·옥천·영동·괴산에서는 통합당 박덕흠 의원이 3선 도전에 성공했다. 박 의원은 5만 8490표(56.88%)를, 민주당 곽상언 후보는 4만 2613표(41.44%)를 각각 득표했다. 무려 15.44%포인트의 격차를 기록했다. 당초 이 곳은 1석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는 선거구로 분류됐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후보가 친노·친문 진영과 밀접한 관계라는 게 기저에 깔려 있다.

증평·진천·음성에서는 접전 끝에 민주당 임호선 후보가 5만 4126표(50.68%)를 획득해 5만 1081표(47.83%)에 머문 통합당 경대수 의원을 불과 2.85%포인트 격차로 꺾었다. 민주당 후보가 비청주권에서 당선된 것은 19대 이후 처음이다. 민주당이 보수영역에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이 나온다. 통합당은 19~20대 총선 때 비청주권 4곳에서 당선인을 잇따라 배출한 바 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5대 3'으로 5번째 보·혁 대결에서 승리하며 도내 패권(覇權)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압승이 아닌 신승이고 특히 도내 유권자들은 사실상 '균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서울 41석(총 49석), 경기 51석(총 59석), 광주·전남·전북(총 28석)에서 27석을 획득했고 특히 캐스팅보트 충청권에서 대전 7석 전석을, 세종 2석 모두를 휩쓸었다. 충남에서도 민주당이 6석(총 11석)을 획득해 5석에 그친 통합당에 우위를 점했다. 이른바 '민주당 바람'이 영남권을 제외하고 거세게 불었던 것이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충북에서는 청주 상당, 서원의 당락이 뒤바뀔 수도 있는 약 3%포인트 격차로 천신만고 끝에 당선인을 배출했고, 통합당은 보은·옥천·영동·괴산을 비롯해 비청주권 3곳에서 승리했다. 일각에서 전국민심과 충청권 기류를 고려하면 충북에서 '6대 2'로 스코어가 작성됐어야 했다고 분석하는 배경이다. 숫자상 5대 3이지만 엄밀히 표심을 따져 보면 내용상으로는 여야 간 '팽팽한 균형'이란 결과를 낳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80석은 '민주당 바람'이 불었다는 점을 명백히 입증하는 대목"이라며 "민주당이 충북에서 5대 3으로 승리했지만 이는 다소 빛바랜 미완의 결과"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4·15 총선에서 영·호남 간 동서 대립구도가 뚜렷해진 점을 빗대 청주권과 비청주권에 보·혁 진영이 자리매김 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민주당과 통합당이 19대 총선 이후 사실상 영역 분할의 모양새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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